[테크홀릭]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한은, 산은이 손잡고 설립한 특수목적기구 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가 오는 24일 본격 가동된다. 저신용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10조원 규모의 SPV는 1차적으로 3조원을 투입,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신용 기업 지원을 위해 비우량채(A~BBB등급)를 중심으로 매입에 나서게 된다. 

17일 정부와 한국은행,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14일 공식 출범한 SPV가 1차 재원을 조성해 오는 24일(잠정) 회사채와 CP 매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SPV는 정부 출자를 토대로 한 산은 출자금 1조원(10%), 산은 후순위 대출 10조원(10%), 한은 선순위 대출 8조원(80%) 등 모두 10조원 규모로 구성됐다. SPV가 설치된 산은이 회사채 매입을 주도하고, 한은이 대부분의 자금 지원을 맡는 식이다.

한은은 이날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SPV에 대한 8조원 한도의 선순위 대출을 의결했다. 대출 기간은 1년이며, 담보는 SPV가 보유한 회사채 CP 등 전체 자산이다. 동일 기업과 기업군에 대한 매입 한도는 전체 지원액의 2%, 3% 이내로 제한을 뒀다.

이번 대출을 토대로 SPV가 우선 투입하는 재원 규모는 모두 3조원이다. 산은 출자금 1조원에 한은 대출금 1조7800억원, 산은 대출금 2200억원 등이다. 나머지 7조원은 SPV가 자금을 요청할 때 대출을 실행하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조성된다.

SPV는 설립일로부터 6개월간 비금융회사 발행 회사채와 CP 중 비우량채(A~BBB등급) 위주로 매입에 나서게 된다. 다만 금융회사 중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발행물은 금융시장 안정에 필요한 경우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다른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준해 매입키로 했다. 증권사 등의 PF-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도 매입대상에서 제외된다.

투기등급인 BB등급의 경우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이른바 '추락천사(Fallen Angel)'에 한해 매입을 실시한다. 2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하인 기업은 매입 대상에서 빠진다. 포트폴리오 비중은 우량채(AA등급) 30%, 비우량채 70% 주준으로 관리된다. 비우량채 중에서는 A등급(A2등급 포함)은 55% 내외, BBB등급 이하(A3 등급 포함)는 15% 이하로 운영된다.

우량 회사채는 수요 예측시스템을 통해 매입하고, 비우량 회사채의 경우에는 시장 미매각 물량을 SPV가 사들인다. 매입증권 만기는 회사채는 만기 3년 이내, CP는 만기 3~6개월 이내다. 매입 가격은 시장의 투자수요를 구축하지 않고, 시장 조달 노력을 유지토록 하기 위해 시장금리보다 낮지 않은 수준으로 정해진다.

SPV의 투자 가이드라인 제정 등을 지원하는 자문기구인 '투자관리위원회'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은, 산은이 추천하는 민간전문가와 산은 부행장 등 5명으로 구성된다. 투자대상 선별과 투자 등의 업무는 SPV가 산은에 위탁해 수행한다.

정부와 유관기관들은 "SPV가 본격 가동될 경우 비우량채 발행여건 개선,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축소 등을 통해 자금시장 불안 소지를 완화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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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날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SPV에 대한 8조원 한도의 선순위 대출을 의결했다.(사진=연합뉴스 TV 갈무리)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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