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요즘 SK그룹의 상승세가 남다르다. 유무선통신에서 의외의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SK하이닉스가 앞장 서서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데다 시대를 관통하는 AI 트렌드를 적시 적기에 공략함으로써 당분간 경쟁자가 없을 만큼 성장 속도에 불이 붙은 격이다.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순익) 증가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 25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도 그룹 총수 경영성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그룹 총수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발표한 공정자산 규모가 5조 원이 넘는 92개 대기업 집단(그룹)으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모든 상위 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기에 신뢰성도 그만큼 높다. 경쟁사가 주요 지표에서 밀릴 정도로 성장속도가 눈부시다.

HBM 개발 밀어붙인 최태원 회장의 선구안 돋보여

특히 SK하이닉스의 그룹 실적 견인이 두드러진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24일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고 25일에는 208조 2067억원의 시총을 기록했다. 주가는 28만 9000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최태원 회장의 선구안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한다. 최 회장이 성공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HBM 고대역폭 반도체 개발을 밀어붙였고 엔비디아로부터 성능을 인증받으면서 반도체 시장의 서열이 달라진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시장에 선보였는데 개발을 결정했을 당시에 투자액을 회수할 시장이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모든 염려를 뒤로 하고 개발을 성공시켜 글로벌 선두로 나서게 됐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그동안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역차별을 받아 왔던 저평가 국면을 단숨에 뛰어넘어 무섭게 치솟으며, 회사의 기업가치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뛰어 넘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AI(인공지능)용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새 정부가 AI시대의 성공을 외치는 정책적인 지원책을 펼치겠다고 나섰고 글로벌 AI 선풍에 이란-이스라엘 휴전까지 삼중 사중 서포트가 펼쳐지면서 상장 후 최고가를 기록하며 주식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모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SK하이닉스의 치솟는 성장세를 예견하고 있는 가운데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에 대해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출하 본격화에 따른 제품 믹스(구성) 개선 효과로 D램 부문 수익성 개선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6세대 HBM(HBM4)에서도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실적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올해 SK하이닉스 DRAM 부문의 HBM 매출 비중을 47%로 추정했다.

작년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이 D램 매출 내 3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 역할을 했으며 작년 4분기는 40% 수준에 이르러 핵심 품목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 비중이 올해말이면 47%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니 그룹 안에서도 최고 효자 종목이자 캐시카우가 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역시 HBM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경쟁사를 확실하게 밀어내며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 반도체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SK하이닉스는 인수 직전인 2011년 시가총액이 약 13조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룹의 전폭적 지원과 데이터 센터 가동 본격화

이렇게 SK하이닉스가 승증장구, 급성장하면서 그룹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이미 SK그룹은 그룹 성장 전략으로 ‘AI 중심 대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인력과 기술, 투자를 총력 지원하는 전사적 역량 집중으로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AI시대가 B2C에서 B2B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이에 따른 반사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증권가에선 지난 202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AI 시장은 챗GPT 등 B2C 기반이 주도한 데 반해 하반기와 내년으로 이어지는 근미래에는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한 기업(B2B) 수요로 시장이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발표한 반도체 업종 보고서에서, AI 2라운드 국면에서 SK하이닉스의 HBM 경쟁력에 주목하면서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을 통해 “1H23~1H24는 ChatGPT 등 B2C(기업-소비자) AI가 주도했다면, 2H25~1H26은 B2B(기업-기업) AI 수요가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상승 일변의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3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SK하이닉스는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분기 영업이익 8.8조원(컨센서스 부합)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룹도 전그룹 차원에서 AI 투자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연초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는 그룹의 생존 전략’이라고 공언하며 집중과 선택을 통한 사업 방향 전환을 선언한 바 있었다.

최 회장은 최근 AWS와 손잡고 2027년까지 울산에 7조원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SK가 2030년까지 AI와 반도체에 82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전략의 실질적 첫 결실로 평가된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경우 국내 민관 부문에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한편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실제 그룹의 각사들이 지원 차원에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가 구축과 운영을, 맡을 것으로 보이며 SK가스·SK멀티유틸리티가 전력·냉각을 지원하개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그룹의 성장 모멘트가 구축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SK그룹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SK그룹은 지난 20일에도 아마존웹서비스와 울산시와 협력해 하이퍼스케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을 공식화한 바 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로, SK측은 2027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룹 각 계열사들의 총력 지원도

최태원 SK 회장도 이미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SK의 기술력, 그리고 그룹 계열사 및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동시에,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증권가는 ESS뿐만 아니라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SK이터닉스의 꾸준한 성장세를 점친다. 새 정부 들어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힘을 주고 있는 데다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략을 구축하고 있어서이다.

이미 관련 분야의 각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과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불안한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구매계약(PPA)를 미리 맺으려는 대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우호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SK하이닉스도 AI 리더십을 굳히기 위해 미래 생산 거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청주에 연면적 6만 3000평 규모의 복층 팹인 M15x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M15x는 올해 11월 준공 후 2026년 3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며,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포함한 HBM 일괄 생산 공정을 갖출 예정이다. 소부장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청주에 국내 7번째 반도체 후공정 시설도 짓는다.

미국 인디애나 주와는 첨단 후공정 분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인디애나 팹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또 경기도 용인에는 120조원을 투자해 신규 메모리 생산기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 클러스터는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한편 SK텔레콤과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ATOM)'을 탑재한 서버를 △에이닷 전화 통화요약 △PASS 스팸필터링 △PASS금융비서 △엑스칼리버 등에 시험 중이다. 아직 시험중이지만 시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아톰의 성능 강화판인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대규모 AI 추론용 AI 반도체 아톰 맥스(ATOM-Max)’를 이들 서비스에 연내 상용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그룹의 전력적인 변화에 적극 동참하는 중이다.

특히, 에이닷 전화 통화요약은 SK텔레콤의 LLM 모델 에이닷엑스(A.X)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국산 AI 반도체인 리벨리온의 아톰을 통해 상용화되면 '국산 LLM‘이 '국산 NU'를 통해 서비스되는 '소버린 AI(국가주권형 AI)'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이번 테스트를 시작으로 협력 범위를 지속 확대해 국내 AI 생태계의 자립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증권가에선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앞세워 AI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으로 유지하며 추격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행사장에 마련된 SK 전시관에서 유리기판을 살펴보고 있다.(사진=SK)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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