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또 다시 클래식 TV를 내놓았다(클래식 미니빔TV. 모델명 PG65K). LG전자는 지난 2010년 14인치의 브라운관 TV를 내놓은 적이 있는데,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판매되다가 단종 이후 중고값이 두 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중고값이 두 배라니! 그럼 처음부터 두 배 값으로 팔았으면 대박이었잖아?" 설마 이런 대화가 오간 후에 기획되지는 않았겠지만 여하튼 LG는 새로운 클래식 디자인의 TV를 내놓았다. 우선 디자인을 보자.

사실 처음 디자인을 봤을 때는 새로 나온 전자레인지인 줄 알았다. 오른쪽에 로터리식 채널이 달려 있고, 스피커도 옛날 TV처럼 한쪽으로만 위치하고 있는 등 고전적인 TV디자인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은 맞다. 그런데 문제는 별로 옛날 TV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라리 LG가 만드는 광파오븐 쪽이 더 클래식하게 느껴진다.

옆에는 우드패널을 썼다. 깔끔하고 산뜻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항상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디지털 오르가슴 연구소지만 뭔가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더위로 인해 뇌 회로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얘깃거리가 없어졌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페이스북에 여전히 헛소리를 쓰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멋지지만 얘깃거리가 별로 없다. 새로운 LG 클래식 TV의 가장 단점이 아닐까?

얼짱 각도인데…. 여기서는 디자인적 불협화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저렇게 얇은 측면에(최근 추세에 비해 두껍지만) 굳이 우드패널을 써야만 했을까. 심지어 받침대까지 화이트인데 저 우드패널은 어울리는 색 조합인가. 오히려 2010년에 내놓은 기존 클래식 TV에서 퇴보한 느낌이다.

후면부를 보니 USB포트가 있고, 스마트폰과의 링크가 가능한 MHL, 옵티칼 단자, 랜 포트까지 있다. HDMI도 2개 붙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풀HD 해상도, LED 디스플레이이다. 스펙은 최근 LED TV와 비슷하다(그런데 상단의 저 아즈텍 문양을 닮은 바람구멍은 무슨 용도일까).

가격은 80만원 정도. 32인치 풀HD TV 가격이 보통 50∼6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비해 다소 비싸다. 20만원 정도 가격을 더 주고 살 가치가 있는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요즘 TV가 너무 얇아지고 있어 선단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라면 투자할 만하다.

레트로 제품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색상이건 역사성이건 디자이너이건 말이다.

아니면 재미있기라도 해야 한다.

위 사진을 보면 드럼세탁기가 더 궁금해진다. 물론 이번 LG전자의 새로운 디자인은 좋은 시도로 느껴진다. 그리고 앞으로도 좋은 시도는 계속되면 좋겠다. 하지만 좀 더 레트로 전문가에게 가이드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디지털 오르가슴 연구소 같은….

김정철 칼럼니스트  gizmo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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