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도전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대표제약사 가운데 하나인 한미약품이 적극적인 연구 개발 투자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은 제약 바이오사가 신약 개발에서부터 임상까지, 나아가 환자들에게 공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이는 제약회사나 바이오테크 기업이 개발 중이거나 계획 중인 모든 신약 후보 물질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초기 연구로부터 전임상, 임상 1상, 2상, 3상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따라서 파이프라인은 해당 제약 바이오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새로운 시장 창출을 의미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연구 개발해 온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자 이를 바탕으로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미국암연구학회(AACR)에 대거 참가키로 했다. 특히 전임상이나 임상 초기 단계에 있는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성과를 공개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노린다. 이는 자사의 연구 성과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자 글로벌 관련 기업들의 협업도 가능하다는 점으로 인해 적극적인 시장 창출로 확장해 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AACR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면서 그 권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AACR은 1907년 설립된 암 연구 학회로, 회원 수만 5만명 이상이 가입한 세계 최대 최고의 연구학회로 알려져 있다. 국내 제약 업체들이 이곳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의료 전문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연구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자리이자 파트너십을 모색할 수 있으며 공신력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약 2만7000명이 AACR에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7100여 편의 연구 초록을 발표했다.

신약 개발 업체들은 주로 후기 임상 개발 보다는 연구 중심의 초기 항암 물질 관련 연구들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의 기술력, 글로벌 시장에 과시할 기회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선보이는 한미약품에 대한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AACR에서는 주로 전임상이나 임상 초기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 데이터가 발표되는데, 기업들은 이 자리에서 후보물질의 가치를 입증하고 기술이전, 공동개발 협력 등을 추진하며 나아가 서로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공동 협업의 기회도 찾을 수 있다.

이번에 한미약품은 주요 후보물질 'HM97662'를 포함한 파이프라인 7개에 대한 비임상 연구 성과를 공개한다. 발표연구 데이터만 11건에 달한다. HM97662는 차세대 표적항암제로, EZH1과 EZH2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EZH1은 세포가 주변 세포나 조직에 부착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다. EZH2는 세포 이동을 담당하는 단백질로, 암세포가 원래 자리를 떠나 다른 부위로 퍼지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약물은 유전자 조절 스위치인 EZH 단백질을 목표로 하여 세포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은 EZH1과 EZH2를 동시에 억제함으로써 더 강력한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 두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전략은 전이성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접근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국내와 호주에서 진행성·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HM97662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한미약품은 이번에 △HER2 저해제 'HM100714' △MAT2A 저해제 'HM100760' △SOS1 저해제 'HM101207' △STING mRNA(메신저리보핵산) 항암 후보물질 △p53 mRNA 항암 후보물질 △이중항체 플랫폼 '펜탐바디' 기반으로 개발 중인 'BH3120'의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은 HER2 변이암에 대한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 중인 ‘선택적 HER2 저해제(HM100714)’를 통해 중추신경계 종양에 대한 항암 효력과 엔허투 내성 극복 가능성을 발표하게 된다.

또 ‘MAT2A 저해제(HM100760)’는 PRMT5 억제제와 병용 시 항암 효능에 대해 공개한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공개되는 항암 파이프라인인 SOS1 저해제(HM101207)는 핵심 기능이 암의 주요 유발인자인 KRAS 단백질 활성화의 차단에 있다. 그 성과를 보면 SOS1과 KRAS의 결합 차단을 통한 암세포 선택적 사멸 유도와 기존 KRAS 표적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신개념 저해제로 평가받고 있으며 다양한 암종에 적용 가능성이 높은 플랫폼형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신기술 신물질로 시장 타개 유도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자회사인 중국 법인 북경한미약품 등의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바람에 실적이 꺾인 면도 있지만 한미약품 별도 기준 실적은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미약품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 평균을 보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966억원, 583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에 대비해 보면 1.76%, 23.89% 감소한 수준이지만 그만 하면 선방한 편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게다가 기대 전망치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북경한미는 추후 매출 증가가 전망되고 있고 1분기 전년 대비 30%신장이 예상되고 있어 한미약품 실적은 연간으로 결산해 볼 때 전년 대비 상당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만 보면 로수젯과 아모잘탄의 증가가 성장을 받쳐주었다. 로수젯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아모잘탄 패밀리는 전년 대비 4% 증가해 한미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한편 당뇨 관련 제네릭(복제약) 신제품 출시 등이 힘을 보태며 한미약품 별도 매출액은 2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이 전망할 것으로 분석됐다.

월초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블록버스터급 당뇨병 치료제 5개가 잇따라 특허 만료되면서 여러 업체들이 당뇨 복제약에 뛰어들었지만 실질적인 진입 효과를 누린 곳은 한미약품 외에 별로 두드러진 기업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업계측 관전평이다.

여러 업체가 진입해 당뇨병 제네릭 홍수 시대를 맞았지만 가장 먼저 특허가 만료된 가브스 제네릭을 노리는 전략을 택한 한미약품이 승자가 됐다. 제약업계에서 퍼스트 제네릭이 곧 열쇠라는 공식이 인정받은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21년 업계 처음으로 가브스 제네릭을 허가받았고 2022년 1월엔 국내사 중 유일하게 빌다글립틴 성분 단일제 '빌다글'과 메트포르민 복합제인 가브스메트 제품 '빌다글메트'의 전 함량을 동시 발매하며 인기를 모았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집중한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항암, 비만대사, 희귀질환 분야의 혁신 신약 연구 결과 39건을 발표하는 놀라운 저력을 보인 바 있다고 분석하면서 올해부터는 안정된 경영을 바탕으로 파이프라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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