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삼성전자만큼 국민적 관심사가 큰 빅테크 기업은 없을 것이다. 주가부터 시작해서 스마트폰 사업과 가전, 반도체 사업 모두가 대한민국 수출의 견인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전자산업을 이끌어 온 역량과 기술력이 많은 국민과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2025년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79조 1405억 원, 영업이익 6조6853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30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05%, 영업이익은 1.20% 증가했다. 순이익은 8조 222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74% 증가해 시장 예측치보다 더 개선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영업익이 6.7조에 가까워 기대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보여준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올해 1분기 시장 기대를 웃도는 호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갤럭시 S25 시리즈의 판매 호조를 기록한 MX(모바일경험) 부문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시스템 반도체 선두기업인 대만의 TSMC와 비하면 비메모리 부진은 여전히 약하지만 글로벌 탑티어 답게 D램의 견조한 출하량과 높은 가격에 힘입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도 1조10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냈다.

영업익 6.7조는 시장 기대치 5조 1348억 원을 큰 폭으로 상회한 것으로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반도체 시장에 거는 기대

모바일은 삼성전자에게 있어 여전히 중요한 디딤판이다.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비교 우위의 확실한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시장은 1분기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의 판매 호조가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모바일 사업이 ‘갤럭시 S25 효과’로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이 시장에서 갤럭시가 여전히 최강자임을 보여주었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S25 시리즈는 역대 갤럭시 시리즈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신상은 21일 만에 국내에서만 100만 대 판매 기록을 달성하며 일찌감치 박스 우승권을 예상케 했다.

구체적으로 MX · 네트워크사업부의 매출은 37조원, 영업이익은 4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S25 시리즈 판매 호조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을 가져왔다. 물론 부품 가격 하락과 리소스 효율화를 통한 두 자리 수익성 달성이 보탬이 됐다.

여기에 MX사업부의 원가절감 전략, 마케팅의 효율적인 활용 등으로 인한 효율적인 원가 대책도 견조한 수익성을 달성하는데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두 가지 측면의 성장 배경

반도체는 두 가지 면에서 실적을 받쳐주었다. 우선 D램 출하량이 당초 가이던스를 상회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힘을 보탠 것은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덕분이다.

이구환신이라는 것은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는 의미로 지난 해 4월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소비 촉진 및 환경 보호 정책의 모토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해 다소 주춤해졌지만 중국의 소비자가 자동차나 가전, 가구 등을 교체 및 신규 구매할 경우 정부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내수 진작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의 정책 보조금 지급전략이었다.

이로 인해 메모리 관련 전방산업 수요가 예상보다 좋았다. 또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전쟁을 예상한 수요자들이 단가 상승 국면을 앞두고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예비 수요가 몰리면서 D램 수요를 떠받친 것도 삼성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DS 부문의 1분기 매출액은 25조 10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 줄었어도, 서버용 D램 판매가 확대되고 낸드 가격의 저점 도달이라는 이점이 더해지면서 수요자의 추가 구매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파운드리 부문은 계절적 수요 약세와 가동률 정체 등으로 실적이 부진해 조금 더 약진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었는데 약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도 소득이라면 무형의 소득이라 하겠다. 또 DX 부문 1분기 매출액은 51조 7000억 원, 영업이익은 4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기대와 호감 속에 삼성의 전장사업은 성장 일변도

눈길을 모은 부문은 삼성의 전장 사업이다. 매출을 담당하는 하만은 매출액 3조 4000억 원, 영업이익은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장·오디오 사업을 하는 자회사 하만은 이제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고 있다.

하만은 지난 2023년에 이어 2년간 연속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내부 영업통에 따르면 비수기 영향에도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전년 대비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스마트폰을 비롯한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51조7천억원, 영업이익 4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TV를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한다. 네오(Neo) QLED와 OLED 등 전략 제품 판매 확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Neo QLED 8K는 8K 해상도를 지원하는 삼성의 최신 기술이며, Neo QLED는 깊은 검은색을 표현할 수 있는 삼성의 기술로 고객의 호평을 받아 왔다. 이로써 전 분기 대비 수익성을 개선했고, 생활가전 사업도 고부가 가전 제품의 매출 비중 증가로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디스플레이(SDC)는 매출 5조9천억원, 영업이익 5천억원을 기록했다.

‘맞춤형 HBM4로 승부수 던진다’

한편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구글 등 인공지능(AI) 가속기(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한 AI 반도체 패키지) 개발사와 고객 맞춤형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납품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 예상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이는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맞춤형 HBM4 양산을 본격화해 시장 판도를 바꾸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로 보면 삼성전자의 기대종목은 여전히 HBM이다.

성능을 강화하고 개선한 HBM3E 개선품이 매출로 곧 잡히게 되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에 따르면 “주요 고객사에 HBM3E 개선품의 샘플 공급을 완료했고,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납품이 시작될 것”이라고 이를 인정해 주었다.

하반기와 내년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승부수가 던져진다.

3분기부터 HBM3E 12단 성능 개선품 판매가 본격화하고 신제품 HBM4도 선보인다.

HBM4는 이전 세대 제품과 달리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을 활용해 생산한다. 베이스 다이(base die)는 삼성전자에서 버퍼다이라고도 부른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베이스 다이 위에 D램을 쌓아 올린 뒤 여기에 미세한 구멍들을 수직으로 뚫어 연결해 만든다. 업계는 이것이 HBM 경쟁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는 고객사의 특화 주문을 반영해 제작하는 맞춤형 HBM, 다른 말로 주문형 반도체 HBM4의 출범이다.

삼성은 메모리 전통 강자이며 오랫동안 파운드리 사업에도 기술 투자를 계속해 왔다. 따라서 맞춤형 HBM이야말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종목에 뛰어든 전략임을 보여준다.

한편 범용 메모리 시장에선 128GB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공급이 하반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대 4,800M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진 삼성 DDR5는 많은 작업량을 처리하도록 설계되었는데 저장 용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최신 8단 TSV기술을 도입하여 DDR5의 단일 칩에 DDR4에 비해 두 배의 스택을 쌓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각 DIMM은 최대 512GB의 용량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고 낸드플래시에선 8세대 V낸드플래시로의 공정 전환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부진을 걱정하는 파운드리사업부도 2㎚ 최첨단 공정과 특화 공정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시스템LSI사업부는 고객사 대상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공급을 추진함으로써 시장 회복을 앞당길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가 관세 영향으로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힌 것이 1일 알려졌다. 장소나 구체적 계획과 예산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이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한 ‘Invest in America(미국에 투자하라)’ 행사에서도 “삼성도 관세를 이겨내기 위해 미국에 매우 큰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오늘 아침에 발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삼성전자를 언급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데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라 어쩌면 트럼프가 이곳을 염두에 두고 발언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와 하반기 실적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 임원들이 솔선해서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주주들이 삼성의 저력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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