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노트북의 이미지는 가격만 빼면 괜찮은 편이었다. 특히 울트라북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볍고 얇은 제품을 잘 만드는 소니의 능력은 더 잘 발휘되고 있다고 믿었다. 적어도 소니 바이오 프로(Vaio Pro) 시리즈만 보더라도 울트라북의 품격이 무엇인지 잘 알려주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제품은 첫 느낌이 끝까지 좋지 못할 수 있다.

좋은 느낌은 아주 얇고 가볍다는 것이다. 13인치 울트라북 가운데 1.06kg 미만의 무게를 가진 게 흔하지 않고 바이오 프로 13이 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손힘이 약한 이라도 한 손으로 쉽게 쥘 수 있는 무게다. 두께도 가장 두꺼운 부분이 17.2mm 밖에 되지 않는다. 앞이 가늘고 뒤가 두꺼운 형태이므로 더 얇게 보이기도 한다. 충격에 강한 탄소 섬유를 써 내부 프레임을 적게 넣은 것이 가볍고 얇게 만든 비결이다.

하지만 바이오 프로13의 칭찬에 앞서 이 제품을 눈여겨 본 이에게 미리 경고할 게 있다. 절대로 이 제품을 전용 파우치 없이 가방에 넣어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아마 바이오 프로 13을 쓰는 이용자들은 어떤 의미인지 바로 이해했겠지만, 아주 작은 스침에도 쉽게 덮개와 바닥에생채기가 난다. 전용 파우치 없이 바이오 프로를 가방에 넣어 하루 종일 움직인다면 그 결과는 아주 끔찍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파우치는 따로 사야하며, 정품 파우치의 품질마저 소니답지 않게 조악하다.

이제 바이오 프로 13으로 눈을 돌려보자. 덮개를 열 때 절전 모드에서 3초 이내에 돌아와야 한다는 울트라북 기준은 바이오 프로 13은 잘 따르고 있다. 그렇다고 기준보다 더 빠르다는 것은 아니며 스마트폰, 태블릿에 익숙한 이들에겐 왠지 이마저도 조금 더딘 듯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터치 환경에 최적화된 윈도8의 잠금 화면과 시작 화면에 대한 고민은 안해도 된다. 마우스 대신 화면을 직접 손으로 터치할 수 있으니까. 다만 화면의 반응 속도는 나쁘지 않은 데 비해 자주 화면에 손을 대긴 힘들다. 화면에 남는 손지문 때문에 작업할 때 방해되므로 화면 닦는 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풀HD 해상도라 글자나 이미지, 아이콘이 더 날카롭게 표시된다. 그런데 명암을 강조하는 화면 옵션이 켜져 있으므로 설정에서 이것을 꺼야 좀더 자연스러워진다.

1.6 GHz 4세대 코어 i5-4200 프로세서와 4GB의 램, 그리고 HD4400 내장 그래픽, 128GB SSD가 바이오 프로 13의 기본 제원이다. 이 제원은 변경할 수 없다. 램을 8GB로 올리고 싶어도 이용자에게 그런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데, 최근 얇은 제품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지만 괜히 딴지를 걸고 싶은 문제긴 하다.내장 그래픽이 많이 좋아지긴 했어도 무거운 게임은 무리다. SATA3 대신 PCIe로 연결 통로를 바꾼 SSD의 성능은 초당 950MB의 순차 읽기 속도를 낸다.배터리는 풀HD 영화 두편을 볼 정도의 체력인데, 여러 장소를옮기며 인터넷과 문서 작업만 할 땐 이보다 훨씬 오래 쓸 수 있다. 어댑터를 꼭 챙겨다니지 않아도 외부에서 작업하는 데 지장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초기 영화나 이미지 처리 같은 무거운 작업을 할 때 발열이 커지고 소음도 심했는데, 이 문제는 최근 해결했다. 바이오 컨트롤 센터에서 무음 모드를 강제로 설정할 수 있었으나 펌웨어에서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터라 팬 제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이 문제를 개선한 최근 펌웨어가 배포되어 더 이상 시끄럽지 않다.

밤이나 어두운 곳에서 키보드 자판 아래의 백라이트를 켜고 쓸 수 있는데, 불빛이 다소 밝고 균일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자판이 쫀득할 정도는 아니어도 다른 울트라북에 비하면 누르는 깊이나 키 사이 간격은 입력이 핀하다. 트랙패드 역시 넓고 반응은 괜찮다. 가끔 무선 랜 감도가 갑자기 떨어질 때가 있는데 바이오 프로의 무선 랜 속성에서 채널을 변경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 유선 랜 단자가 없는 대신 랜 신호를 무선 신호로 바꾸는 라우터를 옵션으로 판매하고 있다.(가격만 보면 추천하긴 힘들다.)

바이오 프로 13에서 펌웨어나 관련 소프트웨어의 유지 관리는 매우 쉽다. 바이오 컨트롤 센터를 통해 새로운 펌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즉시 확인하고 바로 설치할 수 있어 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한 가지 바이오 프로 13에 사전 설치된 프로그램 중에윈도8 앱과 데스크탑 프로그램이 섞여 있다보니 실행 환경의 일관성이 없어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이것은 다음 제품이라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바이오 프로 13은 제대로된 울트라북의 만듦새를 하고 있다. 성능과 휴대성을 모두 갖춘 괜찮은 제품인 것은 틀림 없다. 하지만 소니답지 않게 세심함이 떨어지는 아쉬움도 있다. 쉽게 흠집이 생기는 문제나 키보드 밝기 조절 불가, 무선랜 신호 혼선 등 실제 이용할 때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울트라북으로써 점수는 높게 주긴 하지만, 그 점수에서 뺀 점수의 이면을 좀더 들여다볼 이유가 있다.

최필식 기자  chois4u@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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