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라운드"를 출시했다.

그런데 갤럭시 라운드는 큰 특징이 있다. 세계 최초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지만 디스플레이 자체를 소비자가 직접 휠 수는 없다. 배터리나 메인보드 등이 휘지 않기 때문에 휜 상태에서 고정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휜 디스플레이는 맞지만 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아니다. 휠 수 있음에도 기술적 난제에 의해서 휘지 못하게 막아 놓은 슬픈 휜 스마트폰이다.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가? 한글날을 맞이해서 언어유희를 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그런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이런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스마트워치지만 다른 스마트폰과는 연결이 안 되는 멍청한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가 그랬다.최고 성능은 533Mhz지만, 장시간 사용시 무리를 줄까봐 일부 게임은 480MHz까지만 구동이 가능한 갤럭시S4, 갤럭시노트3도 그랬다.

갤럭시 라운드 역시 휠 수 있지만 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뭔가 대단하지만 그 대단함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얘기다. 삼성이라는 회사의 느낌과도 비슷하다. 삼성은 뭔가 대단한 회사지만 그 대단함을 느끼기는 상당히 힘들다.

이제 갤럭시 라운드의 사양을 살펴보자. 5.7인치 풀 H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갤럭시노트3와 동일한 스냅드래곤 800과 3GB램, 2800mAh의 배터리 용량이다. 무게는 154g, 두께는 7.9mm, 1300만 화소 카메라, 럭셔리 브라운 색상을 띄고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갤럭시노트3과 사양이 비슷하다.

아직까지는 휘어진 스마트폰이 어디에 좋은지 확실히 잘 모르겠다. 삼성 측은 그립감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그립감 때문이라면 후면부에 찍찍이를 붙여 놓는 게 싸게 먹히고 개발도 쉬울 것이다.

내구성도 살짝 의심이 된다. 뒷주머니에 넣었을 때, 엉덩이 굴곡과 일치하게 넣으면 좋겠지만 그 반대로 넣어두면 무리가 갈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장점을 생각해 보자. 우선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했기 때문에 유리 디스플레이에 비해 깨질 확률은 줄어들 것 같다. 약간 휘어져 있어 디스플레이 보호도 될 것 같다. 또한 적당히 휘어져 있어 볼의 곡면에 잘 맞아 통화할 때에도 좀 더 쾌적할 듯싶다.

사실 사용상의 장점 외에는 휜 디스플레이를 잘 이용한 기능은 보이지 않는다. 곡선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라운드 인터렉션' 기능 정도가 유일한 것 같다. 이 기능은 바닥에 놓고,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좌우로 기울이기만 하면 날짜와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마지막 동영상을 확인하면 어떤 기능인지 알 수 있다. '라운드 비쥬얼 이펙트'라는 반한글날적인 이름의 기능도 탑재했는데 여러 페이지 홈 화면을 부드럽게 전환하는 새로운 UX다. 술자리에서 왕게임할 때도 유용할 듯싶다. 바닥에 놨을 때 잘 돌아갈 테니 말이다. 이건 혁신이다.

삼성에게도 갤럭시 라운드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폰이다. 우선 LG나 애플보다 먼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폰을 내놨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자체는 휘지 않지만 최초 타이틀은 어쨌든 가져왔다. 카피캣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진짜 플렉서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삼성 스마트폰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출시했다. 심지어 다른 해외 지역에는 언제 발매할지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소비자가 삼성전자에게 갤럭시 라운드의 사용소감을 알려주는 데 필요한 비용은 108만 9,000원이다. 물론 받는 게 아니라 내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김정철 칼럼니스트  gizmo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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