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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웍스와 4차산업혁명의 진짜 혁신




“Create the new. The next. The never before.” 원형 경기장처럼 중앙에 스테이지를 만들고 그 주변을 빙 맴돌아 좌석을 촘촘히 배치한 광경을 보고 덜컥 겁이 났다. 솔직히 이곳을 모두 채울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한낱 기우였다.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2박3일간 치러진 솔리드웍스 월드 2017(SolidWorks World 2017)은 마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연상케 하듯 화려하게 시작됐다.

솔리드웍스, 마술을 만나다=이런 연출은 비단 분위기로 끝나지 않았다. 오프닝부터 마술사가 나와 마술을 시작했고 예상대로 이 행사의 진행자인 트레이시 윌슨(Tracey B. Wilson)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기준에선 다소 과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던 그녀는 미국 연기자 특유의 활기참으로 가득했다. 구글링을 통해 조금 찾아보니 팝스타인 레이디가가의 북미 투어 공연을 책임졌다고. 기행으로 유명한 레이디가가를 만족시킬 정도니 말 다했다. 아니라 다를까 그녀는 2박3일 동안 맹활약하며 시종일관 분위기를 압도해 갔다.





다음 수순은 당연히 다쏘시스템의 수장이자 이번 행사를 주관한 지안 파올로 바씨(Gian Paolo Bassi)의 등장이다. 유쾌하고 장난끼 넘치는 모습의 전형적인 이태리 남자다. 그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인 ‘the new. the next. the never before.’를 화두로 던지며 앞으로 2박3일 동안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의 미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솔리드웍스 월드 2017(이하 SWW)의 첫 순서는 오프닝과 그 궤를 같이 하는 마법(magic)이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라는 슬로건에 가장 부합하는 소재 중 하나가 아닐까. SWW가 준비한 첫 번째 이야기는 솔리드웍스라는 마법을 만난 마술사들의 이야기였다.

마술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련된 기기를 설계해 전세계 마술사에게 공급하는 일루전 프로젝트의 창립자 팀 클로시에(Tim Clothier)는 30대에 직업을 마술사로 전향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마술을 기획하고 CAD 시스템을 이용해 설계한 다음 실제 장비로 만들어 내는 게 요즘 마술계의 트렌드라고. 손으로 일일이 그려가며 디자인 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말 그대로 올드웍스(old works). 라스베이거스의 간판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한국엔 이은결이 그들의 대표 고객일 정도니 이 업계에선 충분히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본인도 솔리드웍스를 만나기 전까진 머릿속으로 구상한 스케치를 냅킨에 그리던 올드웍스 방식을 고수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솔리드웍스를 통해 한 달 만에 머릿속 아이디어를 구현 가능한 실제 마술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 이전과의 차이점이다.

20년간 생각했던 마술을 설계하다 5년전 솔리드웍스를 만나 실제 마술에 필요한 장비를 만들게 됐는데 그 제품은 바로 전기톱. 보통 마술쇼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미녀 조수가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여러 직원들의 염원을 담아 솔리드웍스 CEO의 목숨을 거는 걸로.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솔리드웍스 디자인이니까 걱정 말라”던 CEO. 그의 목을 고정하고 그 위로 전기톱이 통과. 다행히(?) 그는 멀쩡했다.


창조와 경험의 시대=CEO인 지안 파올로 바씨는 기조연설에서 창조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우리는 도구(tool)를 제공할 뿐이지 이걸 새롭게 창조(Create the new) 하는 건 솔리드웍스를 사용하는 디자이너 스스로가 하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나사의 우주탐사 로봇은 15톤 정도의 물체를 우주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비행 장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사에서 화성으로 보낸 화상탐사 로봇, 큐리오시티 역시 솔리드웍스 솔루션을 통해 설계했다.


일종의 로봇 이종격투기였던 ‘ROBO RUMBLE’ 솔리드웍스를 통해 로봇을 설계하고 실제로 만들기 전에 시뮬레이션이 가능해 다양한 시도를 별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 없이 가능해졌다.



슬로건 중 ‘the new’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것(The never before)에 해당하는 건 스페이스X 의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하이퍼루프는 테슬라의 엘런 머스크가 고안한 초고속 이동수단으로 LA-샌프란시스코 구간을 35분만에 주파하는 걸 목표로 추진 중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프로젝트는 모두 솔리드웍스를 이용해 설계한다.





솔리드웍스의 플랫폼은 사용자 경험을 중요시 한다. Effeffe라는 이태리 디자인 스튜디오에선 자동차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이곳에선 메타(meta)라는 3D 홀로그램을 이용해 가상 브로셔를 만들어 고객에게 자동차를 판매한다. 차량 색상을 바꾸거나 차량에 탑승해 인테리어를 살펴보는 등의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지극히 오프라인 지향의 자동차 쇼룸을 온라인 가상현실로 탈바꿈 시킨 것.







그렇다고 현실 세계를 등한시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 공간에서 솔리드웍스가 디자인하는 세상은 우리나라와 가까운 싱가포르에서 찾을 수 있었다. 도시 전체를 솔리드웍스로 모델링해 모든 건물, 교통 등 사회적인 환경/인프라까지 모두 재설계했다. 심지어 지상 뿐 아니라 지하까지 바꿔가는 중이다.






인구가 많고 녹지는 부족하고 운송에 대한 부분, 비즈니스 비용은 덩달아 높아졌다. 해결할 방법에 대해 최적의 해답은 없지만 몇 가지 제안은 가능하다. 일례로 녹지 지대를 늘리기 위해 수직 정원을 만드는 일이다.


현대 사회는 점점 비좁고 복잡한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경 분야 역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 수직 정원은 이런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 가능한 솔루션이다


모델링은 단순히 지상, 지하, 상하수도만이 아니라 사람, 동선, 자동차 등의 다양한 변수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 이 데이터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개선한 수 있는 방향을 찾아 디지털 형태로 만들고 테스트를 통해 향후 미래도시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게 되는 것.

순간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가 떠올랐다. 전세계 70%가 도시로 구성됐다고 하니 이 모델이 성공할 경우 그 수요는 충분한 셈이다.

플랫폼의 순기능 중 하나는 제품을 쉽게 시장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단편적인 예로 킨들을 들었다. 이미 플랫폼이 구축된 상태기 때문에 요즘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딸 역시 2권의 책을 킨들 플랫폼을 이용해 발행했다고. 솔리드웍스 역시 디자인 플랫폼이다. 정확하게 용도를 단정 짓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어떻게 변하고 시장에서 쓰일지는 철저하게 사용자의 의지에 달렸다.

3D 디자인, 가상현실을 만나다=디자인에서 제조 프로세스의 간소화. 이것이 바로 솔리드웍스가 지향하는 혁신이다. 좀더 효율적인 생산을 위해 VR 개념을 더해 복잡한 키 조작을 없애고 마치 실제 제품을 만들듯이 가상의 공간에서 손쉽게 시점 변환을 할 수 있게 됐다. 디자이너와 실제 제품을 만드는 엔지니어가 실시간으로 토론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공간 제약이 없어진 만큼 생산 공정이 단축되고 중간에 불필요한 페이퍼워크가 사라지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VR도입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meta2는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 손으로 조작하듯 입력 인터페이스를 없앴다. MS의 홀로렌즈처럼 모든 조작을 손으로 해결한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다양한 하드웨어 벤더가 참여했는데 쿼드로 그래픽카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동소이 하다. VR 기기를 이용해 솔리드웍스를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솔루션이었다.

파트너 부스를 둘러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솔리드웍스가 자체적으로 하드웨어 개발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는데 담당자의 대답은 ‘아니오’로 돌아왔다. 대신 3D 프린터의 경우 개발 초기 과정부터 제어 인터페이스까지 협업해 개발하는 것이 현재 진행형. 하드웨어를 정확하게 제어해야만 프린터 성능을 끌어올리고 디자인된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https://www.youtube.com/watch?v=-n2l-3VZdJc

우리 곁으로 한발짝 더 다가선 3D=200여개의 사용자 대상 컨퍼런스와 강연이 2박3일간 정신없이 펼쳐지는 행사였다. 모든 행사를 참석할 수는 없었지만 행사 기간이 끝나고 기사를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제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인 AI-로보틱스-3D프린터 분야는 솔리드웍스를 포함해 모든 3D 디자인 분야에 통용된다는 것. 여기에 가상현실인 VR과 MR 등의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UI의 진화를 예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기에 시뮬레이션이 더해지면서 디자인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실제 제품 생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일등공신이 된다. 어차피 디자인에 필요한 기능은 경쟁사 제품과 비슷하다. 차별점을 두더라도 금세 벤치마킹이 가능해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기 힘든 분야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 라이브러리가 얼마만큼 풍성해지고 데이터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다.

기막힌 우연인지 몰라도 미국 역시 정치적으로 혼란기를 겪고 있다. 최초의 여성 우주여행자가 나와 연설을 하면서 자신의 고향이 이란이라고 밝히자 청중은 환호하면서 그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웃프다’라는 신조어는 바로 이럴 때 써야하는 말이 아닐까.

김재희 기자  wasabi4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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