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인가 모 대형 사이트에서 일할 때였다. 오전에 원청 소속 여성 개발자가 출산 휴가를 간다고 인사를 다니기에 이미 만삭이니 잘 다녀오라면서 웃으면서 배웅했다. 그날 오후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도 들렸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터라 반갑기도 했지만 출산하는 날까지 회사에 출근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기도 했다. 체격이 좋고 느긋한 성격에 출산일이 다 되도록 힘들지 않게 회사를 다니기는 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요즘에는 많은 여성 개발자, 나아가 다수 여성 근로자가 출산휴가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이를 적절하게 사용한다. 위에 사례 같은 경우는 사실 정말 드물게 발생하는 케이스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같은 걸 지키지 않는 소규모 기업이나 오픈 일정이 코앞에 닥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개발자라면 법이 정한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

저출산이나 고령 출산으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 문제나 육아에 대한 복지 정책 미흡으로 발생하는 각종 사건을 생각해보면 국가가 제도적으로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해 좀더 제도적 도움이 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노사가 이에 대해 협력해 적어도 안전한 출산과 법이 보장하는 육아 과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법이 강제하고 있는 휴가 제도와 휴직 제도는 뭘까. 이에 대해 알아보는 동시에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제도 변화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 출산전후휴가제도=출산전후휴가제도란 여성 근로자가 자녀를 출산할 경우 출산 전후에 사용할 수 있는 휴가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은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고 임신과 출산으로 소모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출산 전후 90일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대상은 당연히 임신한 여성 근로자 누구나 해당된다. 정규직 근로자 뿐 아니라 단시간 근로자 등 비정규직 역시 이용 가능하다. 근속기간도 상관없다.

앞서 설명했듯 출산전후휴가제도가 보장하는 기간은 출산일을 전후해 90일이다. 다만 출산한 다음에 받는 휴가가 45일이 되도록 날짜를 배정해야 한다. 다만 출산이 예정일보다 늦어져 출산 후 45일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사업주는 출산 후 45일이 보장될 수 있게 휴가를 더 부여해야 한다. 다만 이렇게 추가로 부여한 기간에 대해 사업주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또 출산전후휴가제도는 얼마든지 분할해서 사용할 수 있다.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유산이나 사산 위험이 있다는 의료기관 진단서 등으로 입증해서 사용해야 한다.

가장 궁금한 부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출산전후휴가 기간 중 임금을 받을 수 있느냐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출산전후휴가 기간 최초 60일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 30일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기간에 대해선 정부 그러니까 고용노동부 고용센터가 출산전후휴가 급여를 지원한다. 다만 일정 규모 이하 기업은 사업주가 지급하는 임금은 월 135만 원 한도 내에서 정부가 지원해준다. 근로자 임금이 월 135만 원 이상이라면 사업주가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 모든 여성 근로자는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출산전후휴가 급여는 휴가가 끝난 날 이전에 피보험 단위 기간을 통산,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피보험 단위 기간은 현 사업장 뿐 아니라 이전 사업장 경력을 통산해서 계산한다. 다만 구직 급여를 수급한 적이 있다면 그 이후부터 계산한다.

또 출산전후휴가 기간 중 최초 60일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유급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한 만큼 근로자의 피보험 단위 기간이 부족해 고용센터 쪽에서 급여를 받지 못했다면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업주가 출산전후휴가를 거부할 수도 있을까? 근로자가 출산전후휴가를 신청했다면 사업주는 반드시 휴가를 줘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 임신 근로자 근로시간 단축도 법제화=몇 가지 더 알아둬야 할 게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올해 2월 18일 회의를 열고 임신근로자의 하루 근로시간을 2시간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법안소위는 임신 초기와 출산을 앞둔 여성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신 후 12주 이내 혹은 36주 이후인 여성 근로자에게 근로 시간 단축 신청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단축 후 근로시간은 하루 6시간으로 규정했다.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노동자에 대한 적용 실효성 우려가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임신부 보호라는 취지에 여야가 공금하면서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과 입법은 이렇게 여성 근로자 출산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기업 인사 책임자나 대표자는 이런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기업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일상적인 점검과 구조적 조치를 하는 게 바람직한 것. 또 여성 근로자는 제도 내용을 미리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안전하고 원만한 출산이나 육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법 취지에 맞는 가정 생활을 위해서도 말이다.

박용호 칼럼니스트  cpla.ba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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