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개혁을 화두로 삼고 있는 21세기 재계에서 최고경영자 혼자 모든 것을 알고 앞서서 달려가던 기관차형 리더십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리더와 따르는 그룹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 방향으로 달려 나가야 하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리더와 임직원을 하나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연수, 임직원 자기계발, 인사혁신 등의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단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독서를 통한 임직원의 사고방식 개선이다. 전문 지식정보에서부터 시대를 앞서 가는 인문학적 지혜를 갖추는데 독서만한 것도 없다.

그렇다면 대기업에서 직원들에게 가장 책을 많이 읽히는 경영자는 누구일까? 한라그룹의 정몽원 회장은 이미 독서광이면서 임직원들에게 책읽기를 즐겨 부탁하고 독서감상문 대회도 자주 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콜마의 윤동한 회장도 독서를 대단히 중요시 여겨 아예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소문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도 내로라하는 독서광이다. 여기에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도 이 부분에선 단연코 선두 그룹에 속한다.

조용병 회장은 취임 후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룹 경영회의에서 독서토론을 배정할 정도로 독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여기에 조용병 회장은 직원들에게 문학책 300권, 역사책 200권, 철학책 100권을 읽는 ‘문사철(文史哲) 600 실천운동’을 권하기도 했으니 신한금융지주 임직원들의 지적재산을 풍성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라고 할 만하다.

조용병 회장은 2018년 디지털 신한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화두로 정한 바 있다. 지난해 실적은 좋았지만 앞으로 카카오뱅크 같은 비은행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미래 트렌드에 대한 이해와 정보 습득,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조용병 회장은 중기 프로젝트의 명칭을 ‘2020 스마트 프로젝트’로 명명하면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신한으로의 신속한 전환을 이루겠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미 신한은행은 그룹사 차원에서 모바일 앱을 통합하는 ‘원 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임직원들을 동참시킬 해법으로 독서력을 키우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신속한 임직원 사고방식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분석된다.

사실 신한금융지주는 2017년 당기순이익이 총 2조9,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성장을 이뤘다. 연간 실적으로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용병 회장이 맡고 나서부터 신한금융지주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이자실적이다. 이 부분에서 꾸준하고 지속적 성장세를 이뤘고 기업대출도 전년보다 6.3% 늘어 가계대출(5.6%) 성장세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사업의 호조, 특히 베트남 등 아시아 핵심 시장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여 온 중점 사업 방향 덕분에 국외 당기순이익도 28.3% 늘어난 2,06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용병 회장은 지금도 신속한 개혁과 임직원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래 금융시장의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현상에 만족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물론 글로벌 아시아 시장에서 리딩 그룹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그를 더욱 채찍질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한 합병이나 투자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인사 개혁과 내부 시스템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리더가 일방적 지시를 내리고 임직원이 뒤따르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고도성장을 이뤄내기 어려운 시장 상황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를 통한 과감한 사고 방식의 개혁과 시대를 읽는 통찰력 배양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회장이 적극 나서니 임직원들이 이를 적극 수용하고 따라가는 모습이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이른바 마부형 리더십이 조용병 회장에게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신한금융 계열사 사장 절반가량이 오는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조용병 회장이 전면에 나설 경영진 인사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장 취임 후 안정적인 경영 기반이 확보되고 있을 정도로 힘이 실리고 있어 그가 주도하는 인사개혁에 상당한 쇄신과 개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신한금융은 내달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임기가 끝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부터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설영오 신한캐피탈 사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 이신기 신한아이타스 사장, 이동대 제주은행장 등 총 6명이다.

조용병 회장은 이들의 교체와 연임 폭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이들 인사의 방향을 보면 새로운 사업전개의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어느 쪽이든 조용병 회장의 경영리더십을 충실하게 실행해 낼 인사가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주마가편의 경영 개선의지가 그룹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장단의 새로운 인사 조직이 신한금융지주의 글로벌 목표 실현을 얼마나 당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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