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확장법 232조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철강협회 동영상 캡쳐)

[테크홀릭] 미국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쿼터(수입할당제) 제재를 완화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 국무부는 한국,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철강 및 알루미늄 쿼터 제재 완화를 위한 포고문에 서명했다고 미 상무부가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제재 완화 방식은 ‘품목 예외’방식이다. 품목 예외는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품목에 한해 관세·쿼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이 제재 완화로 곧바로 우리 철강업계가 쿼터 면제 혜택을 보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생각이다.

이번 품목 예외 적용에 대해서 미 상무부는“개별 기업들은 미국 내 철강 및 알루미늄 공급업체의 생산량이나 제품 질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특정 제품에 한해 쿼터 및 관세 면제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품목 예외 적용이 곧바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철강 회사에서 품목 예외 신청을 할 수 있는 것뿐이다. 우리가 예외 신청을 했을 때, 미국에서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품목이라고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포고문에 대해 “지난번 포고문으로 부과한 관세와 쿼터를 조정하는 게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요하고 적절한지 검토했다”며 “현시점에서는 지금의 관세와 쿼터 수준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고 적절하다는 게 내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본적으로는 현재의 관세와 쿼터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라는 뜻이다.

트럼프의 성명에 대해 국내 철강업계도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예외 적용 신청으로 쿼터 제한이 풀릴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 문제를 언급하며 철강 수입에 25%, 알루미늄 수입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무역확장법 232조 수정안에 서명하면서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면제를 확정하고 대신 쿼터를 설정해 2015~2017년 대미 철강 수출 평균의 70%으로 제한했다.

당시 여권에서는 철강 관세 면제 대신 쿼터를 예년의 70%로 제한하는 것을 성공적인 통상 협상 덕분으로 해석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쿼터 제한이 더 큰 손해라는 것이 밝혀졌다. 관세 면제는 다른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으나 쿼터 제한은 예년의 70%로 수출 감소 확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고문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철강 수입 규제로 미국 현지의 철강 제품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초 철강 제품인 열연의 이달 미국 가격은 t당 986달러로 지난해 평균 가격인 684달러보다 44%나 껑충 뛰었다. 중국와의 무역 전쟁 상호 관세 폭탄으로 미국 경제의 부담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타격을 줄이고 대중 무역 전쟁을 더욱 가속하기 위한 트럼프의 전략적인 판단으로 이번 포고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갈수록 격화되는 보호무역 기조와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 속에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정우 철강협회장(포스코 회장)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teel Korea 2018' 행사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국내 철강산업은 힘겨운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통상환경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공급과잉 문제에 업계가 합심해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응하고 국제 공조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듯이 철강 관세와 쿼터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방, 안보 문제에서 시작됐다. 미중무역전쟁이 진행되어 가면서 어느 한 쪽을 편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미 EU와 제 3국들은 미국 쪽에 섰다. 정부의 외교 정책과 연계된 현명한 통상 정책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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