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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장 출근 못한지 21일째-최장 기록낙하산 인사 재발 둘러싸고 양대노총까지 가세-전망이 안갯속

[테크홀릭] 지난 12월 27일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고 윤종원 새 은행장이 임명되자마자 노조의 출근저지 때문에 혼란과 대치가 계속되고 있어 재계의 염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임명된 윤 행장은 3일 오전 8시 반경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했지만 기업은행 노조에 막혀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노조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를 적폐 중에 적폐라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로 임명 21일째가 됨에도 윤종원 은행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에 막혀 한 발자국도 기업은행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노조 출근 저지로 인해 출근 못한 은행장중 가장 오래 출근을 못하고 있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새해 들어 다른 시중은행들이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사업전략 수립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지만, 기업은행은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문제의 해결이 더 어려워진 것은 지난 21일 한국노총 새 위원장으로 뽑힌 김동명 당선인이 IBK 기업은행 노조의 ‘청와대 낙하산 출근 저지’ 집회에 참가해 "한국노총은 기업은행의 현안 해결 순간까지 노조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김동명 새 위원장은 한국노총에서도 강성 인물로 꼽힌다.

민노총과 선명성 경쟁을 벌여야 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초반 싸움에서 밀릴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금융 노조는 지난달부터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거론되자마자 기업은행 노동조합과 함께 윤 전 수석이 금융과 은행 전문성, 경영 능력, 인성과 리더십 면에서 함량 미달이라고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지난 9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당선된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도 취임하자마자 ‘기업은행장 낙하산 저지’를 내세웠다. 이들은 노조 개인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면서 관치금융 관례를 이번에 반드시 깨트리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여기에 한노총 김동명 위원장까지 가세하고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 한국은행·금융감독원 노조도 기업은행 투쟁 현장을 찾아 연대 의사를 밝히면서 양대 노총과 정부의 맞대결이 시작된 상황이다.

정부와 대통령이 나서면서 노정 대결로 비화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분 53.2%를 보유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은행장을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해 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노조가 물러나도록 주문한 바 있다.

여기에 지난 14일 윤 행장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말하면서 노정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습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기 임명 때보다 진화가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노조는 정부·여당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사과, 행장 임명 절차에 대한 개선안 마련 등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올 때까지 출근 저지에다 자진 사퇴를 거론하며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윤 은행장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전국에 600곳이 넘는 지점을 운영하면서 시중은행과 같은 영업을 하고 있는 대형 은행이 임원추천위원회와 같은 의사결정 구조조차 없다는 것에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으면서 “누가 임명되는지 깜깜이 인사로 갑자기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이번 출근저지는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비전문 은행장인가?

어떤 면에서 보자면 윤 은행장은 거시경제 전문가이다.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 이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등을 오래 역임했다.

한 마디로 거시 경제를 살피는 데 익숙한 인물이다. 노조측은 이 때문에 은행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다는 점과 기업은행 내부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점에서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경제 전문가로서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와의 관계도 좋고 추진력도 좋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면 노조는 왜 이렇게 강경 대응으로 나서는 것일까?

노조는 우선 대통령 경제수석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낙하산 인사를 연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풍문으로 윤 전수석 이름이 거론되자마자 노조가 강력하게 투쟁을 예고한 것만 봐도 이 인사가 대통령의 보은 인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또 노조를 후원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속으로는 지난 한해동안 정부가 보여준 행보를 볼 때 정부가 친노조 입장에서 다소 물러나 친기업쪽으로 방향성이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올초 춘투를 강경하게 준비하고 있는 노동계로서는 새해 첫 기싸움에서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려고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결국은 어느 선에서 서로 양보가 이루어지겠지만 기업은행 경영진과 은행이 입을 피해는 결코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미 이미지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한해 준비해야 할 크고 작은 실행 계획이 한달째 미워진다면 그 타격도 적지 않다고 봐야 한다.

40년을 은행에 몸담아 온 전 경영자는 “서로 손해보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은행이 피해를 입으면 중소기업과 고객이 피해를 입는다. 노정 양자가 하루빨리 이마를 맞대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이야기처럼 이제 더 이상 출근저지가 이어지면 양자 모두에게 불리하고 고객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재계 원로들은 모쪼록 양자가 원만하게 합의하고 책임경영에 들어가 다시 기업은행의 중흥을 이끌어내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의 10일 첫 출근길에 IBK기업은행 본점앞에서 노조가 "청와대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며 막아서고 있다.(사진=한국경제TV 갈무리)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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