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요즘 뜨고 있는 친환경을 소재로 한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재벌 중에서 효성그룹의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로 활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효성의 조현준 회장은 친환경사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필수적인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친환경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수소 사업이 단연 돋보인다. 물론 풍력과 태양광, 재생에너지, CO2절감 문제뿐만 아니라, 이외에도 고효율중전기 제품 개발과 국제적인 친환경 사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효성의 수소사업은 괄목할 만한 발전과 결과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현재 효성과 함께 수소 사업에 뛰어든 주요 기업들은 재계 2, 3위의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이다. 여기에 포스코 역시 비철분야 사업에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와 함께 수소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다.

여기에 효성이 자신들만이 가진 강점을 바탕으로 사업의 현실화에 직접 도전장을 냈다.

효성중공업과 독일 가스·화학 기업 린데그룹이 설립한 합작법인 린데수소에너지㈜는 2023년 초까지 연산 1만 3000t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수소 공장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다. 효성은 앞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능력을 3만 9000t까지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경쟁사들이 다 알고 있으면서도 발전과 확장 속도에 놀랄 정도다.

이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효성의 액화수소 사업의 핵심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소를 저장·운송하는 것으로, 액화수소 공장은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에 효성이 생산하게 될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한 수소로, 고압의 기체수소보다 안전하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전해진다.

수소 생태계 발전과 확산에 큰 기여

현재 국내 주요 기업들이 앞 다퉈 수소차용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에 나선 가운데 규모 면에서 효성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판매 합작법인 효성하이드로젠은 액화수소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전국 30여 곳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짓는 등 충전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수소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에너지혁명의 근간”이라면서 “지속적인 투자로 수소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지속적인 투자에 의욕을 보여주었다.

효성과 린데그룹은 이날 ‘수소응용기술을 통한 탄소중립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3대 과제를 발표했다. 양사는 2024년까지 린데가 보유한 액화수소 충전 기술과 설비의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추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수소를 대하는 임직원들의 비장한 태도

조현준 회장은 예일대학교 정치학과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대학원 정치학부 석사 출신이다.

정치학 전공인 만큼 정무적 선택과 집중의 능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일본 미쓰비시 에너지부에서 신입 시절을 보냈고 모건 스탠리 법인영업부 시절도 보냈다. 그리고는 주로 효성그룹의 전략맨으로 일했고 지난 17년 회장을 맡기 전까지 정보통신PG장, 효성 전략본부장, 사장, 효성 섬유PG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고장 깊이 고민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그룹의 힘을 수소 사업에 주력키로 한 것은 수소 사업이 미래 먹거리 개발과 캐시카우 창출 및 친환경 트렌드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조 회장은 수소 사업을 대하는 임직원들에게 비상한 각오를 갖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의 열쇠가 수소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사생결단해야 한다는 주문을 던진 것이다.

조현준 회장은 2017년 취임 당시 ‘100년 효성’을 화두로 꺼내면서 측근들에게 수소사업의 방향성을 깊이 고민해 보라고 말할 만큼 이미 미래 방향성을 결정해 둔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선대 회장들이 섬유로 지금의 효성그룹을 일으켰다면 21세기 중후반은 수소로 승부를 지어보겠다는 열정이 조 회장에게 가득한 셈이다.

지난 21일 열린 액화수소플랜트 기공식에서 조 회장은 “효성의 역사가 시작된 울산에서 100년 효성으로 나아갈 새 장을 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번 사업이 100년 효성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보였다.

이 액화수소플랜드 기공식은 효성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마일스톤이다.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서 구체적으로 그룹이 미래로 가는 수소 사업의 목표를 보여줄 전진기지가 되는 셈이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1960년대부터 변압기나 가스차단기·압축기 등 특화된 중공업 설비사업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 보여 왔다. 200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선보이자 너무 빠르다는 평을 듣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얼마나 빠른 결단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2008년 현대차로부터 남양연구소에 수소충전소 건립을 제안 받은 것도 기체를 압축하고 충전하는 분야에선 관련 노하우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확보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지난 2019년 '탄소섬유' 국산화에 성공한 효성첨단소재는 2028년까지 총 1조 원을 투자해 연간 탄소섬유 생산량을 2만4천 톤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효성은 국회·정부세종청사 등 공공기관을 포함해 전국 18곳에 수소충전시스템을 갖춰 국내 수소 인프라 1위로 꼽힌다.

그냥 수소 공급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압가스 처리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충전기 안정화와 수소가스 냉각시스템, 압축패키지 등을 자체기술로 국산화했고 수소충전소 보급에 따른 일체의 자재와 설비 조립 설치 전체를 패키지화해서 공급할 수 있는 능력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하나만 잘 해서는 곤란, 전체가 받쳐줘야 하는 미래 핵심 산업

그러나 수소사업은 관련 기술을 갖추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두 가지만 잘 한다고 해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한 연구개발, 생산기반 안정화, 저장·유통, 충전 등 전반적인 발전 속도가 받쳐주어야만 동방 성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효성 그룹의 차원을 넘어 거국적인 협력과 지원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그룹들도 여기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이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에다 조현준 효성 그룹 회장까지 참여하는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꼽히는 수소기업협의체를 오는 9월 전후 출범시키자는데 동의를 구한 상태다. 재계의 수소 총력체제로의 전환이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효성그룹은 탄소중립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액화수소와 관련한 기술을 국산화하는 한편 그린·블루수소 등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은 채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도 연구키로 한 것이 그것이다. 이 기술 기반으로 국내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1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 회장이 추구하는 것은 수소사업에 대한 공급 확산 체인을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표준화를 이끌고 이것을 정립해 세계적인 표준으로도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도 현재 수소 사업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분명 효성그룹이다 효성그룹은 지난 3월2일 열린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액화수소플랜트 건설에 1조2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는 효성이 주력 계열사를 통해 그룹 전체 차원에서 수소 사업 확장에 올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효성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애널리스트들이 효성 수소사업에 투자를 권고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 원로들도 효성그룹의 주력 사업이 중화학에서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당연한 반응이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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