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Internet Cafe)는 언제 생겼을까. 1993년 2월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등장하는 SF넷(SF Net)이라는 곳은 차와 컴퓨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카페에 키보드와 컴퓨터를 배치하고 컴퓨터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버클리에 위치한 다른 카페 손님과 네트워크로 연결한 것. SF넷이라는 곳은 1991년 당시 35세이던 웨인 그레고리(Wayne Gregori)가 설립한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8분마다 50센트를 지불해야 했다. 키보드마다 커버를 붙여 커피를 쏟아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1994년 디자이너인 이반 포프(Ivan Pope)가 편의 시설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컨셉트를 내건 카페를 제안했고 영국 런던에 사이베리아(Cyberia)라고 부르는 인터넷 카페가 문을 열었다. 돈을 내면 웹에 액세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999년에는 유럽 저가 항공사인 이지젯(easy Jet) CEO가 영국에서 인터넷 카페 체인인 이지에브리씽(easyEverything)을 열었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런던 중심부 빅토리아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929m2에 400개에 달하는 컴퓨터를 갖추고 있었다. 1시간 인터넷 이용 요금은 1.6달러였다.

인터넷 카페는 2000년 뉴욕 타임스퀘어로 옮겨간다. 타임스퀘어에 등장한 인터넷 카페는 컴퓨터 800대를 갖춰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90년대 말 파일 공유 서비스인 냅스터(Napster)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MP3 파일을 찾기 위해 인터넷 카페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2000년 이지젯 산한 인터넷 카페 체인은 5유로를 내면 인터넷에서 검색한 음악을 CD에 복사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음반사와의 소송으로 이어져 결국 2003년 1월 이지젯은 저작권 이반으로 패소한다.

멕시코에서도 같은 기간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해적판이 범람한다. 2000년경에는 불법 소프트웨어 CD를 구하는 건 쉬운 일이 됐다. 이런 문제로 경찰은 인터넷 카페를 단속하게 된다. 하지만 2006년에도 멕시코 사람 중 3분의 1은 인터넷 카페를 이용했고 불법 행위를 잡는 건 쉽지 않았다.

한편 호주에선 2008년 인터넷 카페에 대한 대대적인 조치가 이뤄진다. 저작권 관련 40개 혐의를 이유로 기소, 8만 2,000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때린 것. TV와 영화, 음악 등 8TB에 달하던 데이터는 서버, 컴퓨터와 함께 몰수됐다. 호주에선 인터넷 카페 방문자가 불법 행위를 하게 되면 해당 카페는 6만 달러 이상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카페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어간다. 2011년 아시아 지역에는 35만 개에 달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었다고 한다. 중국과 우리나라 등을 중심으로 한 것으로 인기 비결은 바로 게임이었다. 2011년 아시아 지역 내 인터넷 카페 수익은 19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82%가 집에 PC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을 위해 인터넷 카페 이용자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이런 열풍 뒤에는 90년대말 인기를 끈 스타크래프트 열풍 한 몫 했다.

우리나라에선 인터넷 카페는 PC방이라고 불린다. 2007년 기준으로 국내에 있던 PC방은 2만 2,000개 가량이었다고 한다. 물론 게임 중독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2011년 국내에선 16세 이하는 자정에서 다음날 아침 6시까지 PC방 출입을 금지한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카페 매출이 늘었다. 하지만 2002년 10대 소년이 PC방에 화재를 발생하게 해 2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는 인터넷 카페를 엄격하게 규제하게 된다. 반면 일본의 경우 인터넷 카페는 다른 곳보다 사적인 공간으로 발전시킨다. 작은 별실에 아늑하게 의자를 배치하고 음료와 만화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올해 초 대만에선 인터넷 카페에서 한 남성이 사망하기도 했는데 3일 동안 계속 게임을 한 게 원인이었다고 한다. 중국에선 26세 여성이 인터넷 카페 화장실에서 출산을 하기도 했다. 중국에선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6년 동안 적어도 13만 개가 넘는 인터넷 카페가 없어졌다고 한다.

물론 인터넷 카페의 인기가 하락한 또 다른 자연스러운 계기는 휴대전화의 발전도 한 몫 한다. 나이지리아에선 모바일웹 사용자는 2013년 3월 3,000만 명에서 올해 2월에는 9,000만 명이 됐다고 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휴대전화 보급으로 인터넷 카페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국과 인도, 르완다, 중국 등에서 모두 인터넷 카페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터넷 카페가 조금 다른 형태로 발전할 수도 있다. 지난 10월 중동 난민을 위한 인터넷 카페가 설립된 것도 이런 예 가운데 하나다. 유럽 국경에 위치하고 있는 이 인터넷 카페에선 영어 학습이나 따뜻한 식사, 전화카드와 스카이프 통화 같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참고로 국내 첫 인터넷 카페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건 아니지만 1993년 서울 대학로 명륜동 아남아파트 길가에 있던 PC 통신 카페 ‘칸타타’가 최초라는 것이 통설이라고 한다. 이곳은 커피값과 분당 30원 정보 이용료만 내면 별도 요금 없이 무료로 연결된 PC통신 전용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희용 IT칼럼니스트  flyg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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