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IT 산업에서 역사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이다. 물론 레노버에 PC 사업을 매각하면서 개인 소비자에게 IBM의 기억은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IBM이 뭐하는 회사냐고 묻는다면 PC 만드는 회사 아니냐는 반문이 돌아올 만큼 뇌리 속에는 여전히 IBM PC가 깊게 각인되어 있다.

IBM은 1911년 천공카드회사 그리고 저울제작사 같은 업종을 가진 3개 회사가 합작해 만든 기업이다. 무려 102년에 이르는 역사를 지닌 것. PC를 개발한 이후 주요 기술을 공개하고 로열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이 손쉽게 IBM 호환 PC를 만들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국내 PC 초창기 시절 판매된 주요 제품도 IBM PC와 호환된다는 문구를 보편적으로 썼다. 당연히 IBM은 PC 기업의 대명사로 전 세계 소비자에게 각인되어 왔다.

하지만 IT 분야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IBM을 더 이상 PC 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현재 IBM은 서비스와 컨설팅 기업이라고 부르는 게 더 타당하다. IBM이 이렇게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만 있는 건 아니지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인물은 현 IBM 회장인 버지니아 로메티(Virginia M. Rometty)다.

그녀는 IBM 102년 역사상 첫 번째 여성 CEO다. 버지니아 로메티 회장은 올해 IBM 인터커넥트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면서 IBM이 생각하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먼저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 중 90%는 최근 2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며 인터넷에 연결된 인구 수가 27억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기하급수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산 데이터량도 덩달아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

그녀는 이런 엄청난 정보량은 세계를 바꿀 것이며 2020년까지 500억 개에 달하는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통적인 PC나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같은 것 외에도 자동차와 TV, 냉장고, 가스레인지 등 모든 생활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전망인 것이다.

그리고 IBM은 이런 수많은 인터넷 데이터와 접속자 정보 등 빅데이터를 가공하고 조사해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IBM은 앞으로 5년 동안 이런 빅데이터 비즈니스를 더 강화하기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화로 무려 53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애플이 개인 소비자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면 IBM은 드러나지 않지만 커다란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어찌 보면 102년이나 된 ‘노땅’ 기업이지만 진정한 혁신과 변화를 선택해온 결단력이 오랜 역사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