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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벌이 너무 커져서 통제할 수 없다는 미국 싱크탱크의 분석이 제기됐다.

정치·경제·외교 분야의 세계적인 싱크탱크 스트랫포는 최근 배포한 보고서 ‘통제하기에 너무 큰 한국의 재벌들’에서 한국의 역대 정부가 재벌 통제를 시도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의 등뼈를 이루는 재벌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재벌들을 구성하는 산업들이 2차 대전 후 자본집약적인 중공업 제품, 그리고 전자제품에 대한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벌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한국을 빈곤하고 전쟁으로 황폐화된 농업사회에서 제조업의 거인으로 변모시키려는 한국 정부의 추진력 산물이며, 정부는 그 목표를 불과 수십 년 만에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국가 변모의 핵심 장치로서 재벌들은 국가에 대한 접근과 국가의 지원이라는 전대미문의 이익을 누렸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재벌은 지나친 영향력 증가로 오랫동안 비난과 개혁 촉구의 표적이 돼 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판자들은 재벌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함으로써 재벌을 부패에 덜 빠지게 만들고 재벌의 독점성향을 견제했다.

재벌을 규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에 의거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설치됐다.

재벌이 고유 업종 이외의 사업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전국적 고용의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들을 몰아낼 것이라는 두려움에 대한 대응이 관련 법률 제정의 부분적인 배경이 됐다.

하지만 법률 제정을 통해 재벌 규제의 틀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재벌 팽창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재벌 통제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둔화시키지 않고 재벌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미흡한 감독과 최소 투명성의 조합은 경제적 문제들이 생겨날 무대를 마련했다. 1990년대 중반이 되자 그간 금융을 통해 엄청난 과잉투자를 했던 재벌의 부채비율이 급상승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맞아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재벌들이 쌓여가는 빚을 갚기 위해 고전하는 가운데 원화가 유동성 경색에 무너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당시의 위기는 재벌 개혁 및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가져왔으며, 이는 재벌이 부채 수준을 낮추고 투명성과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지속된 경제 변동성과 경제 안정을 유지할 필요성 때문에 주요 재벌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을 개혁 지속에 대한 관심이 무뎌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의 수요 증대와 미국 내 소비의 꾸준한 회복에 의해 지탱된 한국의 수출은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57% 늘었다.

지난 15년 가운데 많은 기간에 걸쳐 부정적이었던 재벌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재벌이 글로벌 경쟁자들을 많이 물리치면서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그런 한편, 과거 비판의 토대가 되었던 가문에 의한 통제와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등 재벌의 특성은 재벌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해주는 것으로 갈수록 인정받았다고 분석됐다.

보고서는 역대 한국 정부가 재벌 규제를 약속해 왔지만 재벌은 과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현재도 여전히 영향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한수 기자  hs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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