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벤츠와 BMW 등 독일 브랜드의 입지가 더 높아지고 있다. 거대한 자국 시장을 보유한 미국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 나름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지하던 다른 유럽 자동차 브랜드도 이젠 구석으로 몰린 듯한 모양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치에 걸맞은 최신 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동안 이런 기술력 경쟁에서 큰 변화가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던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인 볼보가 최근 흥미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차체를 배터리로 만들 수는 없을까. 만들 수 있다면 배터리 공간도 줄일 수 있어 전체 부피를 줄이고 연비 경쟁에서도 유리하지 않을까. 배터리 탄소섬유 복합체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해 개발한 기술이다.

지난 10월말 볼보가 공개한 새로운 배터리 탄소섬유 복합체는 차체 자체를 배터리 기능으로 만든 것이다. 배터리 탄소섬유 복합체는 탄소섬유와 나노 단위 배터리, 슈퍼 축전기 등으로 복합 구성한 소재로 이뤄져 있다. 강도는 일반 철강 복합 소재보다 강하면서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취했다.

▲ 볼보의 배터리 탄소섬유 복합체 차체의 구조원리(이미지 출처 : Extreme tech)

배터리 탄소섬유 복합체의 제작 원리는 이렇다. 재료 소재인 탄소섬유와 유리섬유, 탄소섬유 3중 구조로 얇게 복합체 소재를 만든다. 이런 구조를 만들면 양쪽 끝 탄소섬유가 각각 음극재와 양극재가 되어 배터리 역할을 한다. 이런 다음 슈퍼 축전기로 에너지를 공급하게 되는 것.

볼보는 이런 신소재를 트렁크 커버와 전면 보닛의 환기부 커버에 적용한 테스트 차량을 자사 S80 모델에 적용, 일반 자동차 배터리를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또 차량 내 12V 전원 시스템에도 충분한 전원 공급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볼보는 당연하지만 이런 배터리 탄소섬유 복합체의 효율성 극대화가 기존 가솔린 차량보다 전기 자동차에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도어 패널과 차량 상단부 등에 배터리 탄소섬유 복합체를 적용하면 차량 전체 중량을 15% 이상 줄일 수 있다. 기존 구성 요소를 배터리 섬유 소재로 대체하면 전체 중량을 15% 이상 낮출 수 있으니 그만큼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전기 자동차는 기본 동력원인 배터리 무게가 차량 성능 향상에 걸림돌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신소재를 속속 개발하면서 앞으로 전기 자동차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은 항상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이전에는 당연하게 느껴지던 시스템을 바꾸는 데 큰 몫을 해왔다. 볼보가 내놓은 이번 기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관련 참고 기사 원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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