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리스트인 하이디 로이젠(Heidi Roizen)은 스탠포드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티메이커(T/Maker)를 창업하기도 했었다. 창업 당시의 경험은 그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그는 당시 자신이 경험한 것 중 스티브잡스 전 애플 CEO와 협상을 하면서 잡스와의 협상에서 배운 4가지 교훈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로이젠이 스티브잡스와 상담을 하게 된 건 잡스가 애플에서 나와 넥스트(NeXT)를 시작했을 무렵이다. 잡스는 당시 개발 중이던 맥전용 워드프로세서인 맥오서(MacAuthor) 개발자 1명을 애플에서 불러왔다. 잡스가 개발자와 맺은 계약 내용에는 맥오서 개발 로열티 지불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넥스트가 큰 주목을 받으면서 맥오서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잡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이젠을 만났다. 잡스와 친분이 있던 티메이커 직원이 워드프로세서 개발과 판매를 맡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잡스는 이에 동의하고 로이젠과 1:1 미팅을 한다.

양측은 향후 계약까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 다음 두 번째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스티브잡스는 계약서에 적혀 있던 로열티 지불 15%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50%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매출의 절반을 지불하라는 건 로이젠 입장에선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었지만 잡스는 50%로 변경하지 않으면 다른 건 말할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로이젠에게 잡스와의 대화를 들었던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잡스가 듣고 싶은 건 50%라는 숫자”이며 “당신 회사가 로열티 50%를 지불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으니 허용할 수 있는 선에서 서류상으로 어떻게든 50%로 가장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로이젠은 이번 계약이 넥스트 입장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잡스가 로이젠과의 계약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건 계약 내용이나 금액이 아니라 자신이 말한 건 항상 실행한다는 걸 넥스트 직원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로이젠은 그 날부터 다시 계약 내용을 검토하는 한편 패키지 비용을 줄이는 등 어떻게든 로열티 50% 지불을 약속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 내용은 당초 15%로 작성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로열티 수치는 50%로 조절한 것이다.

로이젠은 이후 잡스와 여러 번 일을 함께 할 기회를 갖게 됐다. 맨 처음 잡스와 맺은 계약이 로이젠에게는 엄청난 재산이 된 건 물론이다. 로이젠은 잡스와의 협상에서 배운 4가지 교훈을 말한다.

첫째는 숫자를 이해하라. 자신이 돈을 벌고 있는 건 무엇 때문인지, 반대로 돈를 벌 수 없다면 이유는 뭔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로이젠의 경우 자신과 상대방이 계약을 맺을 때 숫자의 중요성을 이해했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둘째는 밝은 빛에 눈이 멀게 하지 말라는 것. 상대방이나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은 계약은 맺어서는 안 된다. 로이젠은 투자자로 일을 하면서 수많은 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그는 벤처캐피탈리스트라고 해서 고자세로 ‘나쁜 거래’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셋째는 다른 기업 직원이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인간관계 구축이다. 로이젠 자신도 넥스트 직원의 조언이 없었다면 잡스와 계약을 맺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상대방 기업에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작업은 훨씬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마지막은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걸 이해하라는 것이다. 로이젠은 당초 잡스가 로열티가 아니라 넥스트 직원에게 자신의 정책을 보여주는 걸 자신과의 계약에서 중시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하지만 상대방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IT칼럼니스트  b612@glassp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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