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화학 계열사들을 첨병 삼아 신동빈 회장이 주창한 남방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화학부문 계열사 롯데첨단소재가 인도네시아 유일의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생산업체인 PT. 아르베 스티린도와 PT ABS 인더스트리의 지분 100%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두 회사는 연간 4만톤의 ABS 중합 수지와 컴파운딩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롯데첨단소재는 인수 후 약 1년간 가동 정상화와 추가 투자 등을 진행해 생산능력을 약 7만3,000톤 규모로 증설한 뒤 오는 2019년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출액 2,0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 규모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현재 전남 여수에 연산 67만톤의 ABS 생산공장을 보유 중인 롯데첨단소재는 이번 인수와 설비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을 연산 100만톤 이상으로 확충, 세계 4위 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한편 이번에 인수한 PT. 아르베 스티린도 등의 공장이 위치하고 있는 반텐 주는 롯데케미칼타이탄이 약 4조원 규모의 유화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 2010년 롯데케미칼이 인수한 롯데케미칼타이탄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 스틸이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부지에 대한 부지사용권을 매입, 올해 토지 등기 이전을 완료했다. 롯데케미칼은 이 부지에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 공장을 포함한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덧붙여 롯데첨단소재가 중기 플랜의 일환으로 오는 2022년경 30만톤 규모의 신규 ABS 공장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롯데그룹은 향후 인도네시아를 화학부문의 주요 해외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 같은 행보는 신동빈 회장의 남방정책과 부합한다. 인도네시아의 높은 인구와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신 회장의 지휘 아래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 총 12억 달러의 투자를 단행해 유통, 화학, 관광 등 다양한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올해에만 12개사에서 2조5,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앞으로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신규 시장 선점과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변성환 기자  shb9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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