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눈앞으로 다가온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그룹사의 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자동차 등 미래 스마트카 시장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세대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고 핵심 소재와 부품 공급에 전 계열사가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이를 위해 포스코는 이미 자동차의 중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기가스틸’과 ‘마그네슘 강판’, 전기모터의 효율성 극대화가 가능한 친환경 무방향성 전기강판 ‘하이퍼 NO’ 등의 개발을 통해 미래소재로서 철강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포스코대우 TMC사업부가 전기차 모터의 심장인 ‘모터코어’를 개발, 주요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포스코, 포스코켐텍, 포스코ESM가 리튬이온배터리 소재를 직접 제작·공급하는 등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미래차 시대를 선도할 기반을 갖췄다.

이를 통해 경량 차체, 고효율 모터, 배터리 등 미래차의 핵심 소재와 부품을 종합 공급하는 글로벌 서플라이어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포스코그룹의 계획이다.

경량화와 안전성, 두 마리 토끼 잡는 ‘기가스틸’

스마트카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는 경량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유가상승과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로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경량화가 가속화된데 이어 전기차의 등장에 의해 경량화는 모든 완성차 메이커들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전기차의 최대 한계로 지적되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더 크고 무거운 배터리의 탑재가 불가피해 차량 경량화를 통해 고연비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기가스틸은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차세대 강판으로 꼽힌다. 면적 1㎟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으며, 인장강도는 무려 980㎫ 이상이다. 이는 10원짜리 동전 크기의 강판이 10톤의 하중을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기가스틸이라는 명칭도 1기가파스칼(㎬)에 달하는 인장강도에 기인한다.

주지하다시피 기가스틸의 최대 메리트는 경량성에 있다. 면적과 두께가 동일한 조건에서는 기가스틸이 알루미늄 등 대체소재에 비해 3배 정도 무겁지만 강도가 월등히 뛰어나 훨씬 얇은 두께로도 고강도의 가벼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그만큼 경제성과 안전성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가공성까지 우수해 알루미늄 부품보다 복잡한 형상의 제품을 용이하게 성형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지난 2012년 U-AHSS와 X-AHSS급 기가스틸과 초고강도강 AHSS를 각각 45.4%, 65% 사용해 기존 대비 중량을 약 26.4%(78㎏) 경량화한 차체를 개발, 경량 철강소재로서 기가스틸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이를 개량해 총 30%의 감량에 성공한 207㎏ 중량의 차체도 선보였다.

아울러 이 차체는 미국 신차평가프로그램(NCAP)의 충돌·안전성 평가등급 별 5개와 동등한 수준의 구조적 강성도 만족시켰다.

포스코는 지난 2013년에도 파리국제모터쇼에서 공개된 르노자동차의 콘셉트카 ‘이오랩’에 트윕강(900TWIP), 프레스성형강(2000HPF) 등 초고강도강과 마그네슘 판재와 같은 신강종을 적용해 차체 경량화에 기여했으며 데모카용 부품 제작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솔루션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이오랩의 경우 차량 지붕에 포스코 마그네슘 판재를 사용하면서 중량을 약 10㎏에서 4.5㎏ 내외로 줄이는 등 경량 소재를 통해 기존 르노의 소형차 대비 총 400㎏의 경량화를 이뤄냈다.

포스코가 이오랩 콘셉트카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르노의 5개 파트너사 중 유일한 철강기업이자 비유럽 파트너라는 점은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기술역량을 인정받고 있음을 방증한다.

포스코는 기가스틸의 정확한 판매량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 2015년 차강판 판매량 870만톤 가운데 기가스틸의 비중이 1.8%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2015년에 약 20만톤의 기가스틸이 공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동차 고객사의 기가스틸 채용률은 아직까지 미미한 상태”라며 “하지만 자동차 소재의 경량화 트렌드에 맞춰 관련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가스틸, 구동모터, 배터리, 충전기 등 포스코그룹의 미래차 관련 역량을 보여주는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 차체 모형. (사진=포스코)

전기차 모터의 에너지효율을 높여라

기가스틸과 함께 하이퍼 NO와 모터코어도 미래차, 특히 친환경 전기차 시장에서 전도가 유망한 포스코그룹의 부품·소재다.

이중 하이퍼 NO는 주로 고효율 모터에 적용돼 전기차의 연비 향상과 차량 성능을 높여주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이다.

포스코는 지난 1990년초 하이퍼 NO를 개발·생산했으며, 2010년부터 급속한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친환경차 구동모터용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신규 설비 준공을 통해 생산능력을 전기차 구동모터코어 기준 약 260만대 분량인 연산 16만톤으로 늘렸다.

전기강판은 강판 내부의 결정이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무방향성 전기강판(NO)과 결정을 한 방향으로 정렬해 자기적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인 방향성 전기강판(GO)으로 분류된다. 전자는 발전기, 모터와 같은 회전기 부품 등에 많이 쓰이며 후자는 변압기 등의 철심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NO는 전기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에너지 손실, 즉 철손(core loss)이 발생하는데 포스코의 하이퍼 NO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발돼 기존 전기강판 대비 철손이 30% 이상 낮다.

또한 일반적인 전기강판은 두께가 0.50~65㎜지만 하이퍼 NO는 0.15㎜까지 박막화가 가능하다. 두께가 얇을수록 철손이 적어 모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퍼 NO의 비교우위가 확인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하이퍼 NO 강판을 적층해 만든 모터코어는 모터의 핵심부품이다. 대개는 수십장의 전기강판을 쌓아 붙이기 위해 용접을 이용하지만 용접 부위에서 철손이 커져 모터 효율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반면 포스코는 접착제와 유사한 기능의 코팅을 전기강판 표면에 적용하는 ‘셀프본딩’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코팅된 하이퍼 NO 강판 수 십장을 쌓아 일정 수준의 열처리를 가하면 용접 없이 자체적으로 결합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용접 등 물리적 방식과 달리 전기강판의 전자기적 특성을 저하시키지 않아 모터효율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용접 방식 대비 모터코어의 철손을 10% 이상 낮출 수 있으며, 용접된 일부만 붙어있고 나머지는 붙어있지 않아 모터의 고속 회전시 발생하는 소음도 3㏈ 이상 개선시킬 수 있다.

포스코는 셀프본딩 기술을 적용한 하이퍼 NO 강판 시장이 고효율 미래 전기차와 고효율 가전제품 시장 확대와 함께 급속한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저장 소재의 핵, 리튬·양극재·음극재

미래차 시장에 대한 포스코의 선도력을 말할 때 리튬, 양극재, 음극재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는 지난해 2월 전기차, 노트북, 휴대폰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탄산리튬의 추출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광양에 연산 2,500톤 규모 리튬추출공장 ‘포스(Pos)LX’를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포스코의 리튬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전까지는 고농도 염수를 자연 건조해 리튬을 생산하기까지 최소 12개월이 걸렸지만 포스LX 기술은 3개월 내에 리튬 생산이 가능하다. 생산원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리튬 회수율도 기존보다 30% 높은 최대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탁월한 경제성을 갖췄다.

더불어 올해 초에는 호주의 리튬 광산 기업 필바라와 회사 지분 4.75% 및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면서 안정적 원료를 확보, 리튬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이를 통해 현재 포스코는 양극재 생산 계열사인 포스코ESM를 통해 용량, 수명, 안정성이 대폭 개선된 이차전지 소재 고용량 양극재 ‘PG-NCM’를 공급하고 있다. 양극재의 중심부와 표면부의 조성을 달리 설계해 니켈 함량을 80% 이상 높인 제품으로, 니켈 함량을 높이는 동시에 열 안정성을 유지하는 기술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스코는 올해 1월 중국의 코발트·니켈 생산업체인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오는 2020년 하반기 연간 4,600톤 규모의 전구체·양극재 생산라인의 가동에 나선다.

3월에도 삼성SDI와 함께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인 칠레의 리튬프로젝트 최종사업자로 선정돼 양극재 합작 법인 설립에 합의했다. 포스코와 삼성SDI는 칠레의 수출최저가 리튬을 원료로 오는 2021년부터 연간 3,200톤 규모의 전기차용 고용량 양극재 생산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을 통해 지난 2011년 천연흑연계 음극재 사업에 진출,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을 적용한 고용량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를 양산하는 등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추며 2차전지 음극재의 국산화에 앞장서왔다.

지난 3월에는 세종시 전의산업단지 내 음극소재사업소에 2차전지 음극재 공장 6, 7호기를 증설 준공하고 상용 가동에 들어갔다. 각각 연산 4,000톤의 설비를 갖춘 6, 7호기의 가동으로 포스코켐텍은 기존의 2배인 연산 1만6,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현재 포스코켐텍은 IT 기기 등 소형전지부터 전기차용 대용량 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는 2차전지 음극재를 생산해 주요 전지사에 공급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1, 2위를 다투는 국내 2차전지 제조사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등 안정성과 효율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켐텍 관계자는 “이번 증설로 확충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맞춤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전기차,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서 2차전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선제적 투자를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PosLX 수산화리튬 생산라인. (사진=포스코)

전기차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은 전기차의 충전인프라에 있어서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최전방에 서 있는 것이 바로 포스코ICT다.

실제로 포스코ICT는 이미 전기차 충전인프라의 구축에서 충전기 운영, 멤버십 관리, 부가서비스 제공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대 민간 전기차 충전플랫폼 사업자로 입지를 굳혔다.

충전인프라만 해도 전국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와 호텔, 극장, 휴양지 등 접근성이 뛰어난 주요 거점에 자체 충전기와 로밍 충전기를 합쳐 3,000여기를 운영하고 있다. 명실공이 국내 최대 규모다.

또한 포스코ICT는 자체 전기차 충전 플랫폼 ‘차지(Charg) EV’를 통해 충전기의 원격 운영과 관리, 충전료 과금과 정산, 이용 내역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 운전자들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손쉽게 전국 충전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경로 찾기와 충전기 상태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다.

한편 포스코는 현재까지 구축된 그룹 내 전기차 관련 사업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향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난해 인천 송도 포스코 글로벌 R&D센터에서 ‘글로벌 전기차소재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전기차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도약’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150여 개 전기차용 소재 고객사 380여명이 참석했으며 전기차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포스코와 계열사 임직원들이 사업 추진 현황을 설명하고 전기차 핵심기술 관련 포스코의 종합적인 역량을 선보였다.

특히 경량소재, 구동모터, 배터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고객사의 연구원과 개발담당 임원이 전기차 관련 고객사들의 니즈와 시장 동향, 개발현황에 대해 설명하면 포스코의 연구원들이 준비 현황과 고부가가치 제품 및 솔루션을 발표하는 문제해결형 행사로 진행돼 큰 호응을 받았다.

포스코ICT의 전기차 충전소. (사진=포스코ICT)

변성환 기자  shb9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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