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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회장 사퇴에도 퇴출? 바닥부터 다 바꿔 재기할 기회주자

[테크홀릭]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역사는 1976년의 한국도시개발과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인영씨의 한라개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의 일이었다. 이후 1986년 11월에 한라건설(주)와 한국도시개발(주) 합병으로 현대산업개발이 탄생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4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설 명문이다.

그 전통과 명문의 위업이 광주 아이파크 신축현장 붕괴로 한 순간에 무너졌다. 심각한 위기 국면이다. 부도보다 더 큰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관 모두가 '손절' 분위기이고 아무도 HDC현산을 살려보자는 말조차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7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이번 대형사고와 관련해 안전 점검에 문제가 있다면 아파트의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며 고개를 숙였음에도 비난 여론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당장 피해당사자들인 피해자 가족 협의회 안모(45) 대표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날게 아니라 실질적인 사태 해결을 총괄 책임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으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정의당 소속 장연주 광주시의원이 '살인기업! 현대산업개발 영구 퇴출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렸다. 장 의원은 "학동 참사 7개월 만에 또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건설사업권을 승인하는 것은 살인면허를 유지해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가 즉각 강력한 행정조치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자정까지 219건의 청원 동의가 올라왔다.

또 이용섭 광주시장은 HDC현산에 대해 지역 내 '사업 배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 시장은 지난 13일 "광주시가 지역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일정 기간 현산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HDC현산이 광주에서 진행 중인 전체 건축건설 공사에 대해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사실상 퇴출을 선언한 것이다.

현재 HDC현산은 현재 광주에서 화정 아이파크 주상복합을 비롯해 ▲계림동 아이파크 ▲학동 4구역 재개발 ▲운암 3단지 재건축 등 4곳에서 총 7948가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도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 2015년 9월 GS건설, 한화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암 3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타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몰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HDC현산이 왜 이렇게까지 몰락한 것일까?

첫째는 사업 관행에 익숙해지면서 경계가 소홀해졌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었음에도 경영진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중간 관리자와 임원들도 일을 키우지 않으려는 몸보신주의에 매몰돼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둘째, 새로운 피의 수혈이 부족했다. 물이 고이면 썩는 법이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가진 유능한 전문가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건설 바닥현장에서 협력 하청기업까지 모두가 오늘이 내일이라는 식으로 관행 위주의 업무 처리 방식을 고수했을 것이다.

벌써부터 일부 현장에서는 내부 고발자들이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영진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더구나 시공능력 평가 9위의 대형 건설사 건설현장에서 후진적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은 감리와 감시 체계의 근본적인 오류에 보고체계 무력화가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철저하게 PLAN DO CHECK ACTION의 사이클이 작동하지 못하고 중간에 끊기면서 형식적인 점검만 해 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주가도 곤두박질이다. 자사주 매입을 며칠간 크게 늘렸지만 역부족이다.

주가는 연일 신 저가를 새로 썼다. 사고 발생 직전일인 10일 종가(2만5800원)와 비교하면 18일 1만 6100원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종전 1조7004억 원에서 1조611억원으로 6393억원이 증발했다. 소액주주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에선 강력한 처벌과 사업 폐쇄라는 강수를 언급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같은 날 'HDC현대산업개발 직원입니다'라는 제목의 또 다른 청원 글이 올라와 자사의 입장을 올렸다. 18일 밤 자정 현재 1,042건의 동의가 올라 왔다.

자신을 입사 10년차 미만의 건축직 직원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사견임을 전제로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면서 주된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고 부실시공이라면 당연히 책임을 통감하고 철거 및 재시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모든 아이파크 현장이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4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현장에서 피땀 흘리며 일궈온 이미지가 한순간 무너져 내린 현실 앞에 정말 가슴 아픕니다. 주변의 건물만 봐도 숨이 턱 막힙니다. 하물며 저도 이런데, 상사분들의 눈빛만 봐도 더할 나위없는 슬픔이 느껴집니다.“라고 토로했다.

”저희 회사는 존폐위기에 직면해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제가 선택한 저희회사는 결코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회사도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전국의 아이파크와 관련된, 입주하고 계신, 그리고 입주할 예정이신 분들께 비록 미천한 제 의견이지만 제가 아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언론에 보도된 만큼 부실기업이 아닌 기술자의 사명과 신뢰로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것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답답한 심정을 고백했다.

이렇듯 상반된 의견이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 존폐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HDC현산은 불과 7개월 사이 대형 참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실상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공공부터 민간까지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실상 존폐의 위기에 몰린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문을 닫게 하는 것이 상책인지는 고민스러운 면이 있다.

하책을 버리고 상책을 골라야

현산의 종업원 수에 현역 하청업체 직원과 가족들까지 합하면 1만 명이 넘는 대식솔이 일하는 곳이다. 더구나 광주 지역에서는 일감 공급원인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면 아이파크 아파트 소유자의 재산 가치 하락과 건설업 동반부진, 재계의 충격파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착륙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감정을 절제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당장은 상처받은 피해자 가족에 시민 감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막아버리면 건설 과정에 있는 아파트 계약자나 관련 종사자들 전부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재발 방지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보이려면 싹 바꾸는 것이다. 위에서부터 현장까지 새로운 인력과 제도로 탈바꿈하여 당장 피폐일로에 있는 광주 지역 경제 회생과 인프라 재건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명문화하고 최고경영진에게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주택시장 영구 퇴출을 정치권에서 운운하는데 과연 뒷감당이나 할 수 있을까?

섣부른 판단이 경제의 주름살을 더하는 법이다.

재계 원로들은 ”HDC현산이 이렇게까지 무너져 내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상과 책임을 연계하고 패널티를 강력하게 내리되, 시장 퇴출이라는 초강수는 접어두는 것이 국민경제의 주름살을 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 여당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사진=HDC현대산업개발)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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