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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 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과 설비투자로 초격차 승부낸다

[테크홀릭] 삼성 이재용 회장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던 사업 부문이 반도체와 배터리, 그리고 바이오 시장이다. 반도체 시장은 지금 가뭄 중이다. 재고가 늘어났고 글로벌 시장 수요가 줄었다. 그러나 사실 일시적 침체이고 3분기부터는 재고 감소로 다시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기술력의 제고이다. 기술력으로 반도체 시장을 끌고 가야 한다.

이재용 회장이 주문해 온 기술의 초격차가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이유이다. 기술력만 있으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경쟁사를 초격차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TSMC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왕국으로

대만의 TSMC는 현재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최강자이고 감히 무너뜨릴 수 없는 강력한 아성을 지키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여전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수익 면에서 선두 기업들은 TSMC, 삼성, UMC, 글로벌 파운드리, SMIC로 이어지지만 1, 2위 수익은 엄청난 격차가 있다.

2022년 4분기 TSMC의 파운드리 수익은 199.62억 달러, 삼성은 53.91억 달러였다. 점유율은 같은 기간 58.5% 삼성은 15.8%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회 요인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반도체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수주량이 충분한 TSMC입장에서는 중국 수출에 목숨을 걸 이유가 없다. 당연히 소극적인 전략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성장을 계속할 때다. 이미 옴디아 증의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지난 해 실적을 208억 달러나 올렸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이 기울어버린 운동장에서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2018년 대비 15.6% 성장이다.

게다가 미국의 빅 메이커들이 수요를 늘리고 있다. 대만의 지정학적 위기가 증대되면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데 있어 한국만큼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기술이 딸리는데 반해 삼성의 경우 파운드리 기술력이 정상급이라 문제가 없다.

세계 선두를 달리는 테슬라와 인공지능 선도기업 퓨리오사와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업체인 모밀아이도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으로 들어왔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최근 삼성전자와 최선단 공정 기반의 AI GPU 칩 생산 의뢰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여오고 있다. 이미 성능 검증을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에서 모든 수주를 뽑아내 삼성에 주려는 것이 아니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를 제2의 파트너로 삼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해볼만한 싸움이 된다. 엔비디아의 입장과 삼성의 입장이 공동 대응전선을 맞세우면 이 전선이 가져올 이미지 개선이 큰 힘이되고 물량도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재용 회장의 기술력 승부

그 다음은 기술력이다. 이재용 회장은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이라고 계속 강조해 왔다.

삼성은 GAA같은 초격차 기술로 TSMC와의 격차를 극복해 낸다는 방침이다.

GAA는 기존의 ‘핀펫’ 다음으로 등장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로, 핀펫 공법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 등을 높일 수 있다. GAA는 칩 면적을 줄이고 전력 효율을 개선한 새로운 첨단 기술이다. 이미 경계현 DS부문장이 5년내 기술로는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3나노 양산 당시 GAA 공법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작년 하반기(7∼12월) 3나노 양산에 들어간 TSMC는 기존의 핀펫 공법을 적용하면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를 택했다. 3나노에선 TSMC가 고객 수주에서 한 발 앞서 있지만 2나노의 경우는 달라질 수 있다.

TSMC가 GAA 공법을 처음 쓰더라도 양산 경험이 제법 쌓인 삼성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계현 사장이 지난 KAIST 강연에서 “현재 삼성전자의 4나노 기술력은 TSMC보다 2년, 3나노는 1년 정도 뒤처져 있다”면서도 “TSMC가 2나노에 들어오면 달라질 것이며 5년 안에 TSMC를 앞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술력으로 추월이 가능함을 강조한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승부수

이재용 회장이 관심을 갖는 또 다른 부문은 배터리 시장이다. 이는 배터리 안전성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이다. 리튬 배터리가 빈번한 화재와 출돌시 화재, 충전 불안, 효율성에서 어느 정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에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삼성SDI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차세대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는데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SDI는 수원 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가동하고 시제품 샘플 생산을 시작했다. 국내 업계중 가장 앞선 움직임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잡고 올 하반기 시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기에 시제품 샘풀의 수율과 성능을 바라보는 기대감이 대단하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국내 배터리 제조사 중 처음으로 수원 연구소 내에 6500㎡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생산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다. 파일럿 라인을 통해 시제품의 성능 테스트는 물론, 원가절감과 양산 체제로의 비용 등을 계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일럿 라인은 기존 연구개발(R&D) 차원의 소규모 생산에서 자동화 설비를 통한 시험 생산으로의 확대를 위한 것으로, 이후 단계적으로 생산 규모를 키우면서 양산성에 대한 시험 과정으로 발전시켜 나갈 작정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미 지난 2월에 현장 경영을 통해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 라인을 방문해 개발 현황을 직접 챙겼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그룹 경영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53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아 창립기념식에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구축 완료를 선포하고 “올해 삼성SDI의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자평했다.

현행 리튬이온배터리는 크게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 4대 구성 요소로 이뤄지는데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이온이 이동하면서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안전을 위해 접촉을 막아주는 분리막이 있고 액체 전해질이 채워져 있는데 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 전고체 배터리다. 그만큼 안정성이 뛰어나다. 아직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삼성SDI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그만큼 큰 이유이다.

설비 투자 확대와 기반 기술 저변의 증대

삼성은 국내 팹리스 고객사 지원을 더 확대하며 생태계를 확산시키면서 이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에서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피라미드 밑변이 넓어지면 높이도 올라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당장 최첨단 반도체 설계 지원 키트를 올해 하반기부터 2나노와 3나노 공정 팹리스 고객에게 제공하고, 향후 8인치와 12인치 레거시 공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 모바일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해 2027년까지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으로 응용처를 단계별로 확대하고,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계획대로 양산한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여기에 LG그룹에서 독립한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세미콘도 삼성전자 고객사로 합류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적이 아니면 동지라는 입장에서 경쟁사이지만 힘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LX세미콘도 이날 포럼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8인치 협력을 강화하고, 향후 12인치로 확대한 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예를 들자면 LX세미콘이 디스플레이구동칩 DDI를 개발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이를 제작하는 방법으로 협업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AI, 고성능 컴퓨팅, 모바일 제품 설계에 활용 가능한 첨단 4나노 공정의 MPW 서비스를 지난 4월 처음 시작했는데 8월과 12월에 걸쳐 세 차례 지원키로 했다. 저변을 넓히고 기술력을 제공해 생태계를 확산하자는 목표이다.

2024년에는 4나노를 비롯한 MPW 서비스를 올해보다 10% 이상 제공하는 등 국내외 팹리스 고객의 시제품 제작 기회를 지속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대학과의 연구개발 협력도 확대해 가기로 했다,

여기에 설비 투자도 크게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2조2000억 원)를 투자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과 경기 평택시 파운드리 신규 라인을 속도전으로 건살하면서 시장 수요에 맞춰 생산 설비를 증감할 계획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의 반전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한 만큼 24년부터 반도체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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