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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3분기 웃고 4분기 쾌청, 탄탄대로 힘받았다

[테크홀릭] 요즘 중공업 업계중에 정기선 사장만큼 활짝 웃을 수 있는 기업인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HD현대가 승승장구 탄탄대로를 달려가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까지 거푸 터져서 해외사업을 영위해 온 기업들이 저마다 울상인데 HD현대는 나름 계열사업별로 인상적인 선전을 펼치면서 대표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는 모양새이다.

사실 HD현대는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 오대양 육대주의 인프라 사업을 주도해 왔다.

주요 계열사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HD현대글로벌서비스, HD현대이엔티, 아비커스를 거느린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 HD현대쉘베이스오일, HD현대OCI, HD현대코스모,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에너지솔루션을 거느린다. 이밖에 기계 ·로봇 부문 서비스 부문도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다.

정기선 사장은 이들 사업 가운데 특히 바다위의 테슬라라는 선박 자율주행의 새로운 트렌드를 산업 전반에 이식하고 있는 퍼스트무버의 현장중시형 리더이다.

정기선 사장은 정주영 정몽준 회장의 직진 DNA를 이어받았다는 평판을 듣고 있을 만큼 한번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철저히 공략해 가는 스타일이다.

지난 해 1월 정 사장은 CES2022에서 최첨단 기술혁신에 기반을 둔 해양 모빌리티를 그룹의 지향점으로 내세운 바 있었다. 친환경선박과 디지털선박 등 미래선박기술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도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미 이때부터 가졌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사장의 해양 모빌리티 구상은 결국 이런 자신감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며 자신이 이끄는 중핵 임원급 인사들에게 철저한 신뢰와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 사장은 HD현대 대표이사를 맡기 전부터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와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한국조선해양 사장,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거치며 그룹과 조선해양 사업에서 탁월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특히 조선의 사업 변화에서 큰 그림을 먼저 그려낸 것으로 소문나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그려낸 혜안

정 사장은 조선이 노동집약적인 구시대적 스타일로는 경쟁력을 계속할 수 없다는 답답함을 갖고 있었다. 이미 유럽 싱가폴 등에서는 친환경 선박 기술, 자율운항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 사장은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으로 ‘바다 위의 테슬라’를 생각하게 됐고 선박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데 한 발 앞서 가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 사명을 바꾼 HD현대는 이 경쟁에서 한 발자국 앞서 있고 가장 지속가능 경영 체계를 갖추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자율운항 선박으로 세계최초 대양횡단에 성공하며 자율운항 시스템을 가장 먼저 상용화 한 기업이 바로 HD현대다. 지난 해 6월 2ㅣ일의 일이다. HD현대(현대중공업지주)의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가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 자율운항 대양 횡단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조선 선박운행 기술의 새 장이 열렸다. 당시 아비커스는 SK해운과 18만㎥급 초대형 LNG 운반선 '프리즘 커리지'호의 자율운항 대양 횡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프리즘 커리지에는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2.0'이 탑재됐으며 자율운항 기술로 대양을 횡단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프리즘 커리지는 당시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 프리포트에서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고 태평양을 횡단하는 등 33일간 운항해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도착했다. 총 운항거리 2만km 중 절반인 1만km를 하이나스 2.0을 적용해 자율운항했다.

뒤이어 HD현대는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을 사용한 세계 최초의 컨테이너선을 건조했다. 현재까지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은 모두 43척에 이른다. 선두를 지키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한번 기술 정상에 제대로 올라서면 탄탄대로를 밟아가는 법이다.

정기선 사장은 연세대학교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병역도 학군단(ROTC)으로 마쳐 학문과 현장 리더십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아버지가 가문 가운데 가장 학문을 잘 한 분이니 그 아들에게 그 재능이 고스란히 물려졌다.

선박토탈케어 사업,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설립

2016년 정기선 상무 시절 그는 계열사 HD현대글로벌서비스 설립에 나섰다. 여러 곳의 반대와 염려와 기대가 있었지만 정 상무의 업계전망이 보기좋게 들어맞았다.

정 사장은 조선업은 반도체 이상으로 ‘사이클’산업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실적 침체기가 올 수 있으니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보완재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보았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 는 얼핏 보기에 단순한 유지보수 기업으로 비칠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빛나는 실적을 세우기도 어려운 푼돈벌이 사업이라고 보았지만 선박을 개조하고 유지보수하는 사업은 조선업보다 사이클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조선의 침체기를 보완하는 최적의 사업이라고 믿은 것이다.

행운도 따랐다.

친환경 글로벌 트렌드가 힘을 얻으면서 조선 선박 사업에 대한 환경 규제가 엄격해졌다. 유럽 중동의 조선사업이 천지 개벽 수준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노후된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재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스마트 선박 솔루션을 통해 운항 데이터를 수집해서 최적의 운항계획, 수리, 정비를 돕는 종합 관리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한마디로 전세계 유일무이한 선박 토탈케어 서비스 기업이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가장 수익이 짭잘했다. 출범 후 5년 만에 매출은 5.5배, 영업이익은 2.5배 성장하면서 그룹의 캐시카우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수익성이 높은 부품서비스 사업의 매출이 늘어 3분기에 매출 3586억원, 영업이익 502억원을 거뒀다.

그룹은 올해 어떤가?

각사별로 보면 영업익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HD현대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조7232억원, 영업이익 6677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20.6%, 37.7% 감소했지만 2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거의 모든 기업이 눈에 띄는 후퇴를 보였지만 HD현대는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3분기 매출은 2분기 대비 12.2%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3% 증가했다.

장사를 아주 잘한 것이다. 정유, 전력기기 부문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고 조선과 건설기계 등 주요 사업도 수익을 거뒀다.

HD한국조선해양도 괜찮았다. 조업일수 감소로 2분기보다 8.1% 감소한 5조1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며 3분기 영업이익은 690억원을 기록, 2분기 연속 흑자가 이어졌다. 향후 고부가가치 선박의 매출 비중이 점차 늘어나며 4분기에 흑자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 하면 선방이다.

정유 부문의 HD현대오일뱅크도 3분기에 매출 5조8235억원과 영업이익 3191억원을 거뒀지만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783.9% 급증했다. 산유국의 원유 감산 조치와 국제유가 인상의 덕을 봤다.

건설기계 부문의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3분기에 2조629억원의 매출과 16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선행 투자한 북미 유럽 시장의 인프라 투자 결실이 들어오고 있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도 선방한 셈이다.

잘 나가는 일렉트릭 사업

HD현대일렉트릭은 요즘 가장 잘 나간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대규모 수주를 잇달아 따냈다. 최근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SEC)과 고압차단기 및 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금액은 822억원 규모. 지난 6월엔 미국 에너지 전문회사 엑셀에너지와 2136억원 규모의 전력변압기 공급계약, 덴마크 해상풍력기업 셈코 마리타임과 792억원 규모의 해상변전소용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모았다.

전 세계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3분기에 매출 6944억원, 영업이익 854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었는데 단일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12.3%)을 기록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3분기에 매출 1409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HD현대로보틱스는 3분기에 매출 455억원, 영업이익 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HD현대 내부 관계자의 이야기를 빌자면 “조선 부문이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정유·건설기계·전력기기 등 주요 사업의 실적 호조세가 지속돼 4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한편 코리오제너레이션(Corio Generation)·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SK에코플랜트가 공동 개발하는 국내 해상풍력 합작 사업 포트폴리오인 바다에너지(BadaEnergy)는 귀신고래 3호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EPC(설계∙조달∙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현대중공업을 선정했다는 굿뉴스도 들려온다.

HD현대중공업은 선체(hull) 33기 제작, 풍력 터빈 결합 및 현장 설치 수행에 대한 최적화된 설계와 산업화를 목표로 귀신고래 3호의 풍력터빈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베스타스(Vestas)와 테스크포스팀을 구축해 협력하고 있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사업명 귀신고래해상풍력발전 1·2·3호)은 울산항에서 동쪽으로 약 60㎞ 떨어진 공유수면 해상에서 추진하는 1.5GW 규모 발전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아람코 등 사우디 국영회사들과 합작한 현지 조선소 IMI가 시험 운영에 들어갔다. IMI 조선소는 3개의 대형 독과 골리앗 크레인 4기, 안벽 7개 등을 갖추고, 연간 40척 이상을 건조할 수 있으며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 하반기쯤 본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은 IMI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선소에 선박엔진 공장도 함께 건립하고 있다.

재계 원로들은 정기선 리더십이 조만간 전면 부상하게 될 것이라며 부친을 넘어서는 공격형 리더십을 선보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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