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걸 구현 가능한 세상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임원을 맡고 있는 김명호 상무는 현재 구현된 기술은 20∼3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마술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그랬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에는 너무 기술 중심주의였다고 밝혔다. 사실 지금 모바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3대 신기 격인 태블릿이나 전자책, 스마트폰은 이런 기술 중심 회사가 오래 전에 선보인 것이기도 하다. 일례로 지난 2001년 빌게이츠는 태블릿을 시연하기도 했고 스마트폰이라는 영어를 처음 고안한 것도 마이크로소프트다. 스마트워치도 예외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팟워치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 시장을 실제로 주도한 게 적어도 지난 몇 년간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니었다. 김 상무는 이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 기술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마이크로소프트의 처음 비전은 단순명료했고 직관적이었습니다.” 전 세계 모든 가정에 데스크톱PC를 놓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티아 나델라가 CEO 자리에 오른 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통해 생산성 향상 및 플랫폼 업체가 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내걸었다.

김 상무는 하지만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라는 말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크라우드 업체라는 오해가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 기술적, 비즈니스적 현실이 그렇다는 의미일 뿐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업체가 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김 상무는 이 말이 “소위 SMAC(Social, Mobile, Analytics, Colud)를 마이크로소프트식 용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핵심 사상으로 요약한 게 바로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라는 것이다.

그는 모바일 퍼스트 세상이란 데이터나 컴퓨팅이 세상 어느 곳에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걸 말한다면서 IT가 더 이상 희소자원이 아닌 세상이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생각하는 PC의 의미도 달라졌다.





◇ 흔한 IT 시대, 새로운 희소자원은…=“PC라는 용어가 더 이상 개인용 컴퓨터를 의미하는 시대가 아닌 것입니다. PC(Personal Computer)에서 개인 컴퓨팅(Personal Computing)의 시대, 다양성을 의미하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죠.”

IT가 더 이상 희소자원이 아니라면 이젠 어떤 게 희소자원일까. 김 상무는 2가지를 들었다. 시간과 관심이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업무에 필요한 시간, 기술에 대한 관심이 그것. 이 중심에는 물론 사람이 있다. 사람, 시간, 관심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강조하는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의 핵심 키워드다.

김 상무가 말하고 싶은 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의 경우 5년 전부터 고객의 시대(Age og the Customer)를 강조한다. 시대 중심이 고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20년 주기 비즈니스 사이클 중 고객을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모실 수 있게 스스로 재창조와 혁신을 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산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다시 마이크로소프트의 과거에 대한 고해성사를 풀어갔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는 철저하게 기술 중심, 기능 중심이었다. 더 나은 제품을 더 저렴하고 더 빨리 내면 된다는 전략이었던 것.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고객의 마음이 기능에 있지 않다는 점을 말한다. 김 상무는 비스타를 예로 들어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보면 최고였지만 고객의 외면을 받았다는 점을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6월 10일 새로운 사명을 밝혔다.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게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것이다. 이 말은 앞서 설명한 희소자원을 고객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의지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환경 덕에 일과 일상을 구별할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고객에게 더 많은 시간을 되돌려주는 게 이 시대의 새로운 희소자원이다.





◇ 전략을 알면 윈도10이 보인다=이를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바로 최고 수준 플랫폼과 생산성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것. 구체적으로 보면 생산성과 프로세스를 재반영하고 지능적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더 많은 개인 컴퓨팅을 창조하는 것이다.

고객의 시간을 되돌리고 관심을 이해하려면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화적 변화를 강조한 것.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 사고방식(growth mindset)을 강조한다. 모든 사원이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거처럼 기술 중심이 아니라 고객 요구를 깨달을 수 있는 고객에 대한 집착이 필요하다. 또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 많은 생산성을 돌려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으로 해석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행보가 눈에 들어온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김 상무는 경쟁 플랫폼에도 자사 기술을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고객 중심 사고의 결과라는 것. 한마디로 다양성을 포용하는 비즈니스로 바꾸라는 내부 주문이다.

내부 혁신도 강조한다. 원 마이크로소프트(One Microsoft)가 그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전에는 내부 조직끼리도 경쟁을 했지만 이렇게 하면 혁신에 더딜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더 기민하게 반응하는 협업하는 조직화를 하고 있다.



김 상무가 풀이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변화를 이해하면 윈도10 같은 제품 속에 들어간 의도가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OSG(Operating Systems Group) 그룹 테리 마이어슨 수석 부사장이 윈도10에 대해 강조한 5가지 메시지가 그렇다. 더 많은 개인 컴퓨팅(More Personal Computing)은 다양성 시대를 위한 컴퓨팅을 말한다. 믿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한다(incredible experience)는 것 역시 끊임없이 클라우드와 융합한 모바일 컴퓨팅을 제공해 고객의 시간과 경험을 유지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디바이스(New Device)는 다양성을 통해 더 많은 개인화된 컴퓨팅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며 WaaS(Windows as a Service)란 새로운 기능이 개발되는 즉시 서비스해 고객 요구에 더 기민하게 반응하겠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유니버설 윈도 플랫폼(Universal Windows Platform)도 PC와 태블릿, 폰 사이에 경험 단절이 일어나지 않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김 상무는 컴퓨팅이 유례없이 풍족해진 시대가 됐다면서 IT가 더 이상 희소자원이 아니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기술 중심에서 고객 중심의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고객에게 더 많은 시간을 돌려주고 고객의 관심을 이해해 도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사티아 나델라 CEO 시대가 주는 마이크로소프트 전략의 의미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