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스마트폰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갤럭시 라운드(Galaxy Round)가 아닐까 싶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휘어지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스마트폰이 출시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국내에선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삼성전자가 내놓은 최신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이라는 점도 이런 기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갤럭시 라운드 외형을 막상 보면서 개인적으론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플렉서블 적용 제품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삼성전자는 이미 2년 전부터 욤(Youm) 디스플레이 같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공개해왔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3 기간 중에도 갖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선보였고 9월초 공개한 갤럭시노트3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올 만큼 관심도 모았다.

하지만 시제품은 시제품일 뿐일까. 삼성전자는 모험을 하지 않고 또 한 번 안전함을 택했다. 개인적으로는 갤럭시 라운드는 욤 시제품 같은 느낌이 되기를 기대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장점은 곡면 구성을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윈도 태스크바처럼 기존 스마트폰이 살려내지 못하던 죽은 공간을 살려내 좀더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컨셉트가 그것이다.

하지만 안전함을 택한 갤럭시 라운드는 그저 조금 휘어진 갤럭시노트3이 되어 버렸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아닌 삼성전자가 말하는 것처럼 “Real Curved Smartphone”이 된 것이다.

이런 점은 삼성전자도 이미 갤럭시 라운드의 가격으로 이 제품에 대한 성격을 말하고 있다. 갤럭시 라운드의 출시 가격은 108만 9,000원이다. 갤럭시노트3 출시가가 106만 7,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2만 2,000원 차이다. 출시가만 따지면 그 정도만 더 지불하면 갤럭시 라운드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최첨단(?)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따끈따끈한 모델을 말이다.

신소재를 써서 기존보자 두께를 0.4mm 줄였고 그립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커브드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 밖에 기존 5.7인치 갤럭시노트3과 견주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사실상 갤럭시 라운드의 출시 가격은 형식적인 가격 구분을 둔 것일 뿐이다. 갤럭시노트3의 동급 취급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갤럭시노트의 상위 모델이 아닌 파생 모델 격인 제품을 굳이 첫 번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으로 서둘러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마치 삼성전자가 자사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와 비슷한 과정이나 느낌을 주는 건 왜일까.

맹성현 칼럼니스트  sh-maeng@msh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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