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은 캥거루와 코알라다. 이 중 코알라는 멸종 위기종이다. 그런데 이런 코알라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성병의 일종인 클리미디아(chlamydia)가 유행하기 때문. 이런 이유로 전문가 일부는 코알라의 멸종을 막기 위해 오히려 코알라를 대량으로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주장하기도 한다.

클라미디아는 가장 오래된 성병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클라미디아에 걸리는 게 인간에 국한된 건 아니다. 박테리아는 수많은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에서 볼 수 있으며 지금은 호주에 있는 코알라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 호주 대륙 내 코알라 중 50%가 클리미디아에 걸려 있거나 작은 집단에선 무려 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감염 확산 속도나 감염된 코알라가 겪을 고통 등을 고려하면 백신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감염 확대를 막으려면 앞서 설명했듯 대량 살처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코알라가 감염된 클라미디아는 인간이 감염된 것과는 다른 종류다. 일단 코알라가 감염되면 증상은 심각해서 시력 상실과 불임, 더티테일 그러니까 요도 염증이 심해져 크게 부여오르고 격통을 겪다가 많은 고름을 내면서 죽어 버리는 것이다.

코알라는 이미 2012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여기에 클라미디아 감염은 코알라 보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알라 개체수는 1996년 이후 퀸즐랜드에서 40%, 뉴사우스웨일즈에서 33% 줄었다. 더 문제가 되는 건 항생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항생제는 코알라의 위에 존재하는 복잡한 미생물을 파괴해버린다. 이 미생물은 코알라가 식량으로 삼는 유칼립투스 잎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버넷연구소 데이비스 윌슨(David Wilson) 박사 역시 현실 가능한 해결책으로 대규모 살처분을 꼽는다. 그가 밝힌 내용을 보면 역설적이지만 코알라를 안락사시키면 코알라 전체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감염된 코알라를 안락사시키는 걸 가정해서 개체 기반 모델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7년 뒤에는 개체수가 안락사를 실시한 게 실시하지 않았을 때보다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

그는 또 만일 증상이 말기에 가까운 불임 상태 코알라를 살처분하고 아직 증상이 가벼운 상태는 포획해서 항생제를 준다면 4년 뒤에는 클라미디아를 박멸하고 개체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런 비슷한 사례가 감염 상태에 시달린 태즈메이니아 데빌(Tasmanian Devil)의 경우 살처분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데이비드 윌슨 박사는 이 경우는 계회대로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 게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런 대량 살처분 계획에 대해선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클라미디아 백신이 곧 완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실험에선 백신 효과가 인정받아 실제 사용까지는 시간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이 등장해도 3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종진 IT칼럼니스트  hancook@hanmail.net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