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사업·안전·시설 등 기능에 따라 항공사업법, 항공안전법, 공항시설법 등으로 분리·개편한 새 항공법을 56년 만에 개편,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위법령인 항공사업법 시행령, 항공안전법 시행령, 공항시설법 시행령 등도 오늘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드론(무인비행장치)이 늘어남에 따라 드론의 종류를 무인헬리콥터와 무인멀티콥터로 세분화하고 조종사 자격증명도 구분해 한국공항공사도 드론 등의 비행장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드론에 대한 내용은 주로 항공안전법과 항공사업법에서 정하기 때문에 드론을 제조 및 판매·유통하는 초경량비행장치사용사업자(드론사업자)는 새로 개정된 법안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최대이륙 중량이 25㎏ 이상인 드론은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성 인증도 받아야 한다.

자체 무게가 12㎏ 이하인 드론은 비행승인이 필요 없다. 다만 비행장 주변 관제권, 비행금지구역, 고도 150m 이상 등의 공역은 장치 무게와 상관없이 비행승인이 필요하다. 비행승인은 국토부 원스톱 민원처리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전방위적으로 드론 기술이 보급 확산되고 미국과 일본 등이 드론에 관해 앞서 가는 표준을 제정하려는 시도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태생적으로 드론 규제를 완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여전에 북한이 드론을 이용하여 청와대를 엿보려한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어 국가보안상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4차 산업혁명의 한 분야로 꼽히는 드론 산업을 규제 일변도로 막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난 2월에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김용석 의원은 이런 규제 완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시 무인비행장치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울시도 드론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의였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장에게 드론 산업육성과 관련 규제 개선을 위해 노력할 책무를 부여하고 드론 산업육성 계획을 수립할 것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육성 계획에는 인력양성, 창업·경영·기술 지원, 기술개발·연구사업, 투자확대·재원 마련, 안전, 사생활 보호 등의 내용이 포함되도록 했다. 또 이 계획은 국가기관, 정부 출연 연구기관, 공공기관, 대학, 산업체 등과 공동으로 혹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서울의 대부분 지역이 비행금지·제한 구역으로 설정돼 있으니 이것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필수적인 방호구역 외에는 과감하게 풀어서 새로운 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해 가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이 시장에서 몇 걸음 앞서가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온라인판은 30일 드론의 항공관제를 둘러싼 표준을 앞세워나가기 위해 미일 연구자들이 치열한 기선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지난 24일 일본의 치바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최된 ‘저팬·드론 2017’에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기술자와 일본의 관련 연구진 패널들이 무인항공기 항공관제 시스템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국제간의 규격을 통일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특히 일본의 경우 드론은 일손 부족으로 고민하는 물류 택배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범국가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NASA와 JAXA(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드론 기술에서도 세 대결을 벌이는 모양새가 되었다. ‘저팬·드론 2017 패널 토론’에서는 NASA의 연구원이 항공 교통관제 시스템을 사용해 여러 드론을 자동 운항하는 실험을 소개하는가 하면 JAXA의 담당자는 3월 중순에 후쿠시마 현에서 드론 택배 등의 시험을 성공했다.

드론을 위한 항공관제 시스템은 ‘UTM’이라고 불리는데, 항로 비행 상태와 기체 번호, 비행 금지 구역 정보 등을 관리하고 다른 무인 항공기나 유인 비행기와 정보를 교환하며 충돌을 막는 시스템이다.

이번 패널 토론에서 UTM 개발 전문가 패리멀 코바데커 박사(NASA 선임연구원)는 드론의 미래에 대해 “2020년에는 700만 대의 소형 드론이 날게 되고, 그 중 260만 대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경을 두고 “유인 항공기와 공간영역을 통합하고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UTM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ASA는 이미 2015년 8월에 UTM 실증실험을 시작했다. 2016년 4월에는 6개 주에 걸쳐 24대의 드론 기체와 100대의 가상 기체를 날린 상태에서 UTM의 동작을 검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조종사의 육안 밖에서 UTM의 정보에 의존하여 여러 드론을 자동 운항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이것은 이런 실험을 통해 “비행 계획, 바람과 악천후, 주변에 사람이 탄 비행기가 나타난 것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보를 각 드론으로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실험은 2020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일본도 국내 UTM개발에서 JAXA와 함께 도쿄대학이 중심이 되어 구성한 일본 무인항공기 운행관리 컨소시엄(JUTM)을 견인하고 있다. JUTM은 3월 중순에 후쿠시마 현에서 관련 테스트를 실시한 실증 실험에서 물류, 농약 살포 및 측량재해에 대응하는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해 검증했다. 예를 들어, 물류 시나리오에서는 야마토 홀딩스와 일본우편이 각각 드론을 날려 다른 사업자가 동일 공역을 공유하면서 원하는 착지 지점에 짐을 운반을 시도했다.

또 주변 유인 헬기가 날아 왔을 때 무인 항공기에 경고와 전용 포트에 착륙 검증도 실시했다. 실험에 이용한 UTM은 히타치 제작소와 JAXA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번 패널 연구진으로 참여한 하라다씨는 “당일은 바람이 강해 고생했지만 필요한 기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이미 일본에선 드론 표준 컨소시엄을 형성해 NTT도코모, ANA 홀딩스 등 80개 이상의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미 아베 총리는 빠르면 2018년까지 드론을 이용한 화물 운송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혀놓고 있다. 그렇다면 2년 안에 드론 관련 법률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은 이미 드론 항공법을 2015년 12월에 시행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허가 없이 인가 밀집지역에서 무인 항공기가 비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조종사는 육안으로 드론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금지가 있는 이상 하늘에서 짐을 매단 드론 택배가 실현되기 어렵다. 항공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에서는 NASA, 일본에서는 도쿄대학과 JAXA식 개별 UTM을 개발하고 있는데 서로 공유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혼란을 없애기 위해 시스템을 세계에서 통일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UTM 협회의 조나단 에반스 회장은 “스마트폰을 해외여행에 가져가면 현지의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것처럼 무인 항공기도 세계 공통화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변성환 기자  shb97@techholic.co.kr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