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KT>

황창규 KT 회장의 연임이 재계의 큰 관심거리다. KT의 경우 지난 정권까지 대표적인 정치권 인사의 표적이었다. KT 수장 자리는 역대 정권에서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인식되어 늘 낙하산 말썽이 들려오곤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KT 수장이 바뀌면 그 밑의 임원들도 줄줄이 바뀌는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어 온 것이다.

여기에 KT 회장을 하고 싶어 하는 자천타천의 후보들이 즐비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인물들 가운데 KT 출신들도 당연히 많을 터인즉 이들이 한 자리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추측이다. 이들의 교체 주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을 아는 이들이 경영을 맡자는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KT는 포스코와 함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돼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문제는 회장 자리에 누가 앉던지 간에 연임에 성공했는지, 임기가 남아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새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가 가능한가에 달려 있었다. 그래서 실적으로 버티기에는 이번에도 어렵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보여준 인사 결과를 보면 이들을 머쓱하게 만들고 만다. 주류에서보다 비주류에서 쓸 만한 인사를 선택한다든지 아니면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람이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람이든 간에 가리지 않고 불렀다. 선거 때 안철수 진영을 돕던 이도 버젓이 새 정부 사람으로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능력과 탕평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눈에 드러나고 있는 마당이라 황창규 회장 입장에선 긍정적 상황이라고 판단할 만하다.

황 회장은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세계에 ‘황의 법칙’이란 용어를 확산시킬 정도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최고 경영자이자 실력자였다. 그는 KT 회장으로 선임된 뒤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한편 경영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여 주주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다. 취임 첫 해는 구조조정 비용으로 적자를 냈지만 이후 흑자경영으로 전환해 영업이익 규모를 늘리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실적이 그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원칙 가운데 하나인 능력 면에서 황창규 회장은 독보적인 안정감을 준다. 반도체에서 이룩한 탁월한 경영 능력을 KT에 적용하여 2016년 매출 22조7437억 원, 영업이익 1조4400억 원을 냈고 2015년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11.4% 늘어나는 호조를 보여주었다.

올해 1월 26일 CEO추천위원회에서 차기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받았고, 3월 24일 KT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했다. 그 스스로도 연임 의지가 확고하다. 주변에선 그만 하면 KT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황창규 회장을 대체할 만한 ‘정말 괜찮은 인재’를 세우지 못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내부의 본격적인 비판을 자초하게 되고 보수 진영으로부터는 별 수 없다는 식의 거센 저항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천하에 황창규를 넘어설 인재를 찾지 못한다면 이번만은 정권과 함께 하는 낙하산 기업의 오명을 벗개 될 확률이 높아졌다.

인사라는 것이야 당일날 발표될 때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스타일로 볼 때 깜짝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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