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해임 건의를 막아내고 경영권을 지켰지만 신 회장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도쿄 신주쿠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신을 롯데홀딩스 이사로 선임하고 신동빈 회장,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해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했지만 두 안건 모두 부결됐다.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뇌물수수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 2월부터 구속 수감돼 ‘옥중 경영’을 하고 있다. 이날 주주 총회에 참석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보석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신동빈 회장으로 인해 롯데그룹의 사회적 신용이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배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위반으로 지난 2014년과 2015년 일본 롯데홀딩스를 포함한 일본 롯데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된 바 있어 신동빈 회장의 옥중 경영과 사회적 신용 훼손 문제를 지적한 공격이 힘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을 맡은 이후 그룹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점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준 계기가 됐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 1990년대까지 재계 10위권에 머무르고 있었으나 신동빈 회장이 경영을 맡은 2004년 이후부터 비약적 성장을 구가했다. 40여건 이상의 각종 인수합병을 성공시키고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 결과, 롯데그룹은 지난 2005년부터 재계 5위에 올랐다.

또한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한국 롯데의 매출을 96조원까지 성장시켰다. 일본 롯데 계열사 매출인 4조원대 보다 20배 이상 큰 규모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을 대신해 지난 1980년대부터 2015년초까지 약 30년간 일본 롯데에 몸담으며 경영에 참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주주들의 확고한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은 지난 6월 주주총회까지 총 5차례에 걸친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가 무산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탄탄해졌다고 보고 있다. 옥중 경영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확고히 지켰다는 논리다. 업계 역시 이 같은 평가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롯데홀딩스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을 확정적으로 지지한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 전까지 판단을 보류한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다.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도 신동빈 회장에게는 부담이다. 그만큼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체면을 구긴 것이 되고 재판부의 입장이 신동빈 회장에 우호적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심 때도 신동빈 회장이 옥중에 머무르게 된다면 롯데 홀딩스 주주들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확고히 했다는 세간의 평가에 반박이라도 하듯 지난 1일 곧바로 신동빈 회장의 비서인 류모 롯데지주 전무가 회사 자금 1,1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신동빈 회장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류모 롯데지주 전무를 1,1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고소했으며, 현재 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부서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과 류모씨는 무고죄로 신 전 부회장에 맞고소를 할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송 확대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구속 수감을 이슈로 부각시키려는 신 전 부회장의 의도에 휘말리는 것일 수도 있어 신중한 행보를 하지 않을 수없는 상황이다.

이승훈 기자  leesh37@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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