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금호석유화학이 지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 분위기를 다잡고 박찬구 회장이 주도하는 쇄신과 개혁정책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크게 일신하면서 1조원 영업 이익 시대를 열게 될 전망이다.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의 거센 풍랑 속에서 석유화학 업계가 심각한 불황기를 겪을 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여겨 지속적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며 재무구조를 개선해 왔다는 것이 재계의 촌평이다. 밖으로 달려 나가기보다 내실을 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66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2019년 말 73%까지 낮췄고, 계속 100% 이내로 유지하며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외부환경 분석과 재빠른 경영 판단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7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재계가 깜짝 놀랄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업 포토폴리오의 신속한 혁신이다. 2012년 20%였던 고부가 제품 비중은 지난해 50%을 넘어섰다,

금호석화는 합성고무와 합성수지를 주력으로 하고 있고 정밀화학·에너지·전자소재·나노탄소·건자재 등의 사업을 영위해 왔는데 최근 합성고무 부문에선 NB 라텍스가, 합성수지 부문에선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이 그룹 성장을 견인하는 수익원이 되고 있다.

NB 라텍스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동률이 상승, 최대 마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제품 수요가 폭발적이다. 동남아에선 금호석화의 NB라텍스에 대해 극찬의 평가를 내리고 있을 정도이다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NB라텍스 생산능력 1위 등극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사업 재편을 통해 의료·헬스케어 소재인 NB라텍스의 선제적인 시장 진출 및 투자를 단행해 왔다. 그 결과 현재 글로벌 1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안정적 수익의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그룹의 캐시카우로 등극한 셈이다.

NB라텍스는 의료용이나 위생용 장갑인 니트릴 장갑을 만들 때 사용되는 원료라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특수를 만들어 냈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NB라텍스시장이 연평균 10% 가량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증설을 계속 해 지난 해 11월 기준 NB라텍스 생산능력 연 68만 톤 규모로 글로벌 NB라텍스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해 1위에 올라 있고 다시 추가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선제적 투자 대응만이 시장을 초격차로 리드하는 비결이라는 것이 박찬구 회장의 지론이다.

목표는 NB라텍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 수준 유지와 에폭시 수지의 특수 수지로 용도 확장이다. 재계는 금호석유화학이 강력한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수·합병(M&A)처를 찾을 것으로 주목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도 금호석화의 안정성과 개혁 쇄신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지속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8일 장 마감으로 본 주가는 25만원이며 전일 대비 4000원이나 급등했다. 이런 분위기는 한 달 내내 계속이다. 주총 이후 투자자들의 투자 의욕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띌 정도다.

그룹 재편의 전환점

금호석유화학은 한 달 사이에 큰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의 전환점은 주주총회였고 내부적으로는 쇄신과 개혁의 고삐를 잡아챈 결실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찬구 회장은 머뭇거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격적이고 과감하게 메스를 대고 한번 결정한 일들은 결말을 볼 때까지 철저하게 전력투구하는 스타일이다.

발 빠른 변화를 주도한 이가 박찬구 회장이다.

박찬구 회장은 계열 분리 때도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등 계열사들의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매각대금으로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을 늘려서 2011년 석유화학 부문을 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신청하고, 최종적으로 2015년 12월에 계열분리를 성공시켰다.

그의 은밀하고도 과감한 계열 분리가 없었다면 지금의 금호석유화학은 있을 수 없었다. 그는 화학과 재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강점이다. 재무적으로 승부수가 강하고 결단력이 있어 외부적으로 변동성이 심한 석유화학 업계에서 이만큼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준 것은 오로지 박찬구 리더십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쌍두마차 체제로 그룹 유연성 높이고 성장 가속화

6일 선임한 백종훈 신임 대표이사는 박찬구 회장이 신임하는 영업통이다. 박 회장이 석유화학 전문가이듯이 백 대표도 화학공학 전공자라 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통해 박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백 대표는 1988년 금호쉘화학 입사 후 금호피앤비화학 등을 거치면서 영업 분야에서만 25년가량 근무한 ‘영업 전문가’이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금호피앤비화학에서 영업팀장, 영업담당 이사와 상무를 지냈으며 2016년부터 영업본부장(전무)으로 일했으니 현장 영업에 유독 강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다가 부사장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과 백종훈 부사장 2명의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된다.

한편 내부적으로 더 새로운 모습은 금호석유화학이 이번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내 위원회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으로,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모습이다.

올해 정관 변경에 따라 새로 설치한 위원회 3곳 가운데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는 전원을 사외이사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위원회는 위원의 3분의 2이상을 사외이사 구성한다.

운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박 회장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쇄신의 고삐를 움켜잡는데도 종업원들의 근속연도는 놀랄 만하다. 요즘처럼 이직이 넘쳐나는 세태에 금호석유화학의 평균 근속연도는 14.8년에 달해 거의 평생직장급이다.

자회사까지 덩달아 호황 국면

또 투자자들이 반색하는 것은 자회사들의 안정적 성장세다.

금호피앤비화학은 2021년 하반기까지 여수 사업장에 2000억 원을 투자해 비스페놀A(BPA)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45만 톤에서 20만 톤을 늘려 65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역시 선제적 대응 투자다.

우리 정부는 한국판 지역균형 뉴딜의 일환으로 해상풍력발전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전남 신안에 원전 약 8기에 달하는 8.2GW의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늘어날 물량을 미리 확보하자는 속셈이다.

세계풍력발전협회(GWEC)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풍력발전 설치용량은 2019년 29GW에서 2030년 234GW로 확대될 전망이라 풍력발전소 건설 확대에 따라 BPA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마진 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BPA 마진 확대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졌으며 금호피앤비화학이 대표적인 수혜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금호피앤비화학이 계획대로 증설에 성공하면

비스페놀A의 생산 규모면에서 글로벌 3위 안에 들어가게 돼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금호미쓰이화학과 금호폴리켐의 성장세도 안정적이다. 여기에 금호석유화학이 66.72%, 금호피앤비화학이 33.28%를 각각 나눠 보유하게 된 금호리조트가 그룹의 한 식구가 됐다.

이로써 한금호석유화학그룹은 △금호석유화학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금호개발상사 △금호티앤엘 △코리아에너지발전소 등 총 12개의 회사로 구성되게 됐다.

이렇게 새로운 포토폴리오를 들고 나온 금호석화의 방향성이 어디로 향할지도 주목된다. 재계는 선제적 대응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한다는 점에서 금호석유화학의 올 한해 목표인 1조원 영업 이익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엽 기자  thtower1@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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