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씻은 손을 쉽게 마르게 해주는 핸드 드라이어는 공공기관이나 호텔 같은 곳의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손을 잘 씻지 않으면 손에 묻는 세균이 오히려 핸드 드라이어를 통해 공기 중에 확산,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다이슨 핸드 드라이어가 종이 타올보다 무려 1,300배에 달하는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방출한다고 한다.

젖은 손을 핸드 드라이어로 말리면 종이 타올로 손을 닦는 것보다 공기 중에 많은 세균을 방출한다는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 또 다이슨이 만든 핸드 드라이어인 다이슨 에어블레이드(Dyson Airblade)가 다른 제품보다 공기 중에 많은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가능성 역시 지적된 바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공기 중에서도 높은 전염력을 유지하며 극소량으로도 생물은 감염될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대학 생물학 연구자인 패트릭 키미트(Patrick Kimmitt), 키이스 레드웨이(Keith Redway)는 핸드 드라이어를 사용한 뒤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얼마나 확산되는지 여부를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장갑을 낀 손에 박테리오파지 MS2라는 바이러스를 바르고 이어 종이 타올과 일반 핸드 드라이어, 다이슨 에어블레이드 3가지 방법을 이용해 젖은 손을 건조시켰다. 손을 말릴 때 공기 중 성분을 분석하고 손을 말리는 장소 주위에 대장균을 뿌린 플레이트를 설치, 대장균에 감염된 MS2 개수를 검사했다. MS2 대장균에 감염균을 죽인 플레이트에 플라크라는 구멍이 남는다. 손을 말리는 장소 옆에 설치한 플레이트를 관찰하면 다이슨 에어블레이드의 플라크 수는 일반 핸드 드라이어보다 60배, 종이 타올보다는 무려 1,300배나 많다.





MS2가 퍼진 곳을 살펴보면 공기 중에 확산된 MS2 중 70%는 어린이 얼굴 높이였다고 한다. 또 종이 타올로 젖은 손을 닦을 때에는 손에 남은 바이러스가 주위에 거의 퍼지지 않지만 일반 핸드 드라이어는 25cm 정도 떨어진 거리까지 닿는다. 하지만 다이슨 에어블레이드는 3m 이상 떨어진 곳까지 바이러스가 퍼진다. 일반 핸드 드라이어보다 20배나 달하는 것. 더구나 확산력이 높은 바이러스 개수는 500배에 달한다고 한다.

또 다이슨 에어블레이드는 공기 중 바이러스 남는 시간도 15분 이상이다. 일반 핸드 드라이어보다 50배, 종이 타올보다 10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 실험을 보면 세균을 씻지 않은 손으로 핸드 드라이어를 이용하면 다음 사용자나 주위 화장실 이용자 손에 세균이 퍼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몸이 약한 사람이 많은 의료 시설에선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연구 논문에서 의료 시설이나 식품 제조 공장 등 위생이나 감염 위험이 높은 곳에선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다이슨 측은 이 연구에 대해 지나치게 압축된 고농도 바이러스를 장갑을 낀 상태에서 손에 살포하는 등 조사 방법 자체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또 자사 핸드 드라이어가 탑재한 헤파 필터를 통과시키고 위생적인 바람으로 12초 가량 손을 말려준다면서 연구기관 자료를 인용, 자사 제품의 위생 수준이 종이 타올을 사용할 때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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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진 IT칼럼니스트  hanc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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