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막을 내린 지스타 2013에서 여러 IT 업체의 부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조금 특이했던 풍경 가운데 하나다. 다른 IT 전시회도 참여를 꺼려하는 업체들이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까지 내려간 배경에는 아주 순수하게 볼 수 없는 이유와 목적이 있지만, 한편으로 단순히 게임만 있는 전시회의 영역을 다른 분야까지 확장했다는 긍정론에 힘을 싣는 좋은 본보기로 삼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들 IT 업체가 게임과 관련 없는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 것은 아니다. 게임 중심 전시회의 분위기에 동화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부스를 꾸몄고, 이들로 인한 위화감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아마 지스타와 꾸준하게 인연을 맺고 있는 IT 업체다. PC용 온라인 게임이 강한 전시회인 지스타를 외면하기 쉽지 않은 그래픽 카드 전문 업체라서다. 하지만 이전까지 지스타에 아주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접근 방법이 조금 다르다. PC 그래픽 카드와 기술보다 모바일 AP인 테그라4의 기술을 이용하는 게임기와 모바일 장치를 전시했다.

엔비디아는 테그라4로 작동하는 휴대용 게임기 '쉴드'(Shield)와 기가바이트, HP의 7인치 태블릿을 전시했다. 쉴드는 국내 출시를 염두에 두고 전시한 것은 아니며, 내년에 선보일 '쉴드2'(가칭)의 출시에 대한 가능성을 파악하고자 지스타에 출품했다. 아울러 HP와 기가바이트의 7인치 태블릿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넣은 엔비디아 레퍼런스 제품에 가깝지만, HP의 7인치 제품은 일반적인 터치 펜으로도 압력에 따른 펜의 두께를 인식하는 기능이 작동했다.

더불어 그래픽 카드와 모니터의 신호를 일치시키는 새로운 지싱크(G-Sync) 기술을 볼 수 있는 데모 시스템도 준비했다. 빠른 3D 게임의 프레임을 완벽하게 동기화할 수 없던 모니터와 같은 표시 장치들 리프레시 레이트(Refresh Rate)의 문제를 해소, 기존 V싱크를 켰을 때의 프레임 저하와 껐을 때의 화질 저하 문제를 다잡은 기술이다. 3D 게임을 즐길 때 생길 수 있는 그래픽 왜곡과 표시 지연 형상을 해소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나 모니터에 해당 기술이 들어 있어야 쓸 수 있다. 3D 게임을 위한 매우 중요한 기술이었으나 애석하게도 많은 이들의 관심사는 쉴드와 테그라4 태블릿에 쏠렸다.

소니

소니 부스라는 말에 당연히 플레이스테이션4를 내놓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이하 SCEK)일 것이라며 기대를 품고 찾아갔다면 크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올해는 소니 코리아가 전시를 기획했기 때문. 소니 코리아가 지스타를 찾은 이유는 단 하나의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소니의 3세대 HMD인 HMZ-T3W를 이곳에서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하고 많은 이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제법 알차게 꾸몄다. 단순히 3D 입체 영상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PC 등에서 화면이 필요한 여러 상황에서 HMZ-T3W를 다루는 환경을 꾸며 놓았다. 또한 HMZ-T3W를 현장 판매해 짭잘한 수익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실속을 챙긴 부스 중 하나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와 마찬가지로 올해 신형 콘솔을 내놓을 채비를 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볼 수 있던 것은 윈도 8.1이었다. 야외에 마련되어 있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개장했던 최초의 윈도 8.1 체험존과 같은 규모, 같은 구성의 부스였다. 비록 기대했던 엑스박스 원도 없고 게임과 큰 관련성이 부족했음에도 제법 적지 않은 참관객이 이 체험존을 찾아 윈도 8.1에 대한 주요 특징을 확인하고 여러 이벤트에 즐겼다.

샌디스크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샌디스크 부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샌디스크는 SSD와 메모리 카드의 성능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가벼운 체험존을 운영했고, 게임과 간단한 설문을 통해 고객들에게 경품을 나눠줬다. 게임과 직접 관련이 있는 체험 기회가 부족한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큘러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형태로 만든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장치 업체인 오큘러스는 가장 작은 부스 공간을 운영했다. 오큘러스 VR은 이용자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영상을 표시하는 가상 현실 장치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영상을 표시하는 HMD와 성격이 다르지만, 전용 컨텐츠를 경험한 이전과 이후의 평가가 확연히 다를 만큼 색다른 경험을 주는 장치다. 화질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어도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첫날 시연 준비가 늦었고 컨텐츠의 다양성은 부족해 보였다.

한편 오큘러스 부스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청강문화산업대 부스에도 졸업 예정자들이 만든 오큘러스 VR을 이용한 공포게임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용자의 시선이 움직일 때 갑자기 좀비가 튀어나와 극한의 공포를 맛보는 게임으로 기획과 프로그래밍은 좋은 반면 그래픽의 세련미와 정교함이 떨어진 것이 흠. 오큘러스 측과 게임 제작 지원이나 상업화를 협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별도의 지원은 없었으며 지스타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상업화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혀 실제 오큘러스 VR 이용자들이 이 게임을 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필식 기자  chois4u@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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