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3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정기 주주총회를 무사하게 종료했다.

일부 황창규 KT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KT민주화연대 소속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매년 고성과 항의, 집단 반발로 얼룩졌던 것에 비하면 이번 주총은 50여분 만에 무난하게 끝이 났다.

이날 주총은 제36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신규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이 상정돼 모두 원안대로 의결하고 배당금은 전년 대비 200원 증가한 주당 1,000원으로 확정했는데 지급일은 다음달 20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결정에 더해 정관 일부 변경에 따라 3개 목적사업이 추가했으며 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토록 했다.

이같은 지배구조 개편안 통과로 기존 CEO추천위원회에 집중돼 있던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CEO추천위원회에서 명칭 변경) 및 이사회로 분산해 ‘회장후보 심사대상자 선정→심사→회장후보 확정’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회장후보군을 조사 및 구성토록 했으며,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요건을 명시했다.

우리 인사는 우리 힘으로

이것은 인사구조에 대한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 효과를 노린 것이다. 특히 연임을 앞두고 날마다 불거지던 낙하신 인사라는 외압을 효과적으로 대처해 낼 수 있는 방패막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사회 권한이 강화되고 회장과 사외이사의 선임 과정이 개선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정관 개정으로 KT의 차기 최고경영자는 내부에서 혹은 위원회가 추천하는 후보가 회장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 인사는 우리 내부에서 우리 힘으로 하겠다는 선포에 다름없다.

한편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2명의 사내이사와 3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사내이사는 구현모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재선임됐으며,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사외이사는 장석권 이사가 재선임됐고 새로 김대유, 이강철 이사가 선임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장석권, 임일 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한편 이번 주총에 대해 KT새노조는 논평을 통해 거수기에 불과한 담합적인 이사회를 지적했는데 노조 문제는 KT가 개선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KT 회장 자리를 둘러싸고도 노조는 줄곧 내부의 견제가 원인이라는 식으로 밝혀왔고 이번에도 동일한 주장을 폈는데 노조와의 보다 진지한 대화로 기업 발전에 상호 이익이 되는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는 KT 주총의 완료에 안도하면서 황창규 회장 같은 인재를 더 잘 활용해서 국가 경쟁력으로 삼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 언론, 노동계도 인재를 귀하게 여기는 풍토가 재계에 속히 정착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KT 기업과 노조 모두 스스로도 뼈를 깎는 자정과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상엽 기자  sylee@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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