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뒤셀도르프 공항에선 주차원 로봇이 활동 중이다. 차에서 내려서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버튼만 누르면 로봇이 와서 3톤이나 되는 차를 들어 올려 이동시켜 차고에 넣어준다. 이 시스템 덕에 공항 주차 시간이 훨씬 빨라진 건 물론이다. 주차 공간 절약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런 로봇의 등장은 인간의 일을 빼앗는 사태를 불러올까. 요즘 주차장에 가면 주차 티켓을 자동 정산해주는 기계가 있다. 하지만 시스템에 따라선 아예 요금 수금원이 필요 없어지지는 않았다. 로봇 주차원을 점검하거나 수리하는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한다.



이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발권 정산을 기계에 맡기고 이보다 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로봇 수리 쪽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에 인간의 직장을 로봇이 모조리 빼앗을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지난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앞으로 20년 안에 로봇이 사람이 다니는 직장의 47%를 차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경우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내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는 91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나왔다. 앞으로 10년에 대한 추정이지만 과거 생각했던 7,000만 개와 견주면 손실 위험이 더 적다는 얘기다.

어떤 것이든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자동화에 의해 새로운 일자리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지금까지 없던 일자리가 생기기도 한다.





리씽크로보틱스(Rethink Robotics)의 박스터는 지금까지 할 수 없던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로봇이다. IT 거대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에 기계학습을 통한 이미지 인식을 접목하거나 자연어를 이용해 실제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로봇은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기술이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로봇이 두뇌까지 갖게 된다면 유해한 존재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러 점에서 테슬라모터스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인간에 대항하게 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기술은 개발 초기 단계이며 여전히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들 로봇을 만드는 것도 결국 인간이다.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수리하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IBM의 왓슨은 지난 2011년 미국 인기 퀴즈쇼인 제퍼디에서 인간과의 퀴즈 대결에서 승리를 거둬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왓슨이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 있더라도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인간에 사용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동료에 가까운 존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긴 사례가 적다고 말한다. 또 기술은 기존 일자리에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다. 병원 의사가 방대한 정보를 일일이 찾아볼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고 덕분에 환자를 더 만나볼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 혹은 간호사라는 직업의 지위가 의사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사람의 일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다. 일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수 세기에 걸친 역사에서 보듯 기술 발전에 따라 일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앞서 설명했듯 910만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 자체만 따져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은 이제 외면하기에는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빠른 변화를 이해하고 꾸준히 바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석원 기자  lswcap@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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