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11월 마지막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에서 1년 동안 가장 규모가 큰 쇼핑이 이뤄지는 기간을 말한다. 미국 연간 소비 중 20% 정도가 이 날 소비된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요즘에는 해외에서 직구(직접구매)하는 쇼핑족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마다 배송대행지 폭주 사태가 벌어진다. 지난 2010년에는 일명 트파 대란이 벌어져 국내 정식 수입사를 바보로 만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트파, 그러니까 트리플파이는 이어폰으로 국내에선 정품 가격이 수십만 원에 이르는 최고급 제품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지난 2010년 아마존닷컴 블랙프라이데이 핫딜에 등장, 미국 내에서 무료 배송 기준으로 단돈 95달러에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반응이 곧바로 나타났다. 미국 내 각종 한국형 배송대행지는 이틀 뒤인 첫날 물량이 모두 트파로 도배됐다. 로스엔젤리스에 있는 한 배송대행지에는 하룻동안 한국행 트파 우편물만 4,000개나 날아들었다. 뉴저지 등 다른 곳 물량까지 감안하면 당일에만 1만 개 이상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것으로 보인다.

이젠 국제 상거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특송이나 결제 시스템도 워낙 고도화되다 보니 국내 가격이 애매하면 이베이부터 검색하는 게 습관이 됐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미국이나 홍콩, 심천발 제품 구입은 이미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단연 평판TV였다. 50인치 이상이 주류를 이뤘다. 국내 가격과 견주면 거의 반값 수준인 데다 프리볼트, 지역코드 재설정 기능, 월드워런티(A/S)까지 모두 갖춰 국내에서 쓰는 데 무리가 없다. 이번 기간 중에는 유난히 삼성전자 같은 메이저 대형 TV가 집중적으로 싸게 풀렸다. 아마도 엄청난 물량 밀어내기가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문은 얼마나 폭주했을까. 50∼60인치 이상 제품이 대부분인 만큼 거의 대형 가전 매장 여러 곳 1년치 물량은 족히 쏠린 것으로 추정된다. TV 배송은 배송 보험 시스템 때문에 몰테일을 대행업체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11월 27일 1시간 동안 400∼500건이 몰렸고 지금까지 누적 배송 요청 건수만 1,700건에 달한다. 지금도 하루 300건씩 몰리고 있어 매일 평판TV로만 항공화물을 채워도 연말까지 모두 배송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실제로 대형TV는 하루에 실을 수 있는 양도 제한된다. 이에 따라 몰테일은 아예 TV 배송을 한시적으로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한 마디로 돈을 줘도 배송을 안 하겠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당분간 국내에서 대형TV 판매는 상당히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통시장에 충분히 영향을 줄 만한 물량이다.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의 클릭질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서명덕 칼럼니스트  admin@itviewpoint.com

<저작권자 © 테크홀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