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스케일, 전신을 휘감는 사운드에서 영화가 전하는 감동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서다. 최근 개봉한 ‘그래비티’는 특히 사운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영화가 시작될 때 관객 주변을 감싸고도는 웅장하고 실감나는 사운드는 마치 내가 우주 비행사가 되어 함께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5.1채널 이상의 다채널을 즐길 수 있는 디바이스가 늘고 있다. 2000년 대 초반 붐이 일었던 5.1채널 홈시어터에서 시작된 개인용 사운드 시스템은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까지 이어진다. 다양한 디바이스로 영화를 감상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 생활 속 사운드 'DTS'=화면은 크면 클수록 몰입감 또한 높아지는 게 보통이다. 사운드는 좀 다르다. 배우의 목소리는 또렷하되 관객을 극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효과음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온 몸을 휘감는 배치가 중요하다. 배우가 각각의 역할이 있듯이 소리 또한 그러하다. 사운드를 적재적소에 분배하는 역할이 DTS다.

DTS, 영화 DVD 타이틀 하나 쯤 구입해봤다면 제법 친숙한 단어다. 예컨대 DTS 알고 보면 이미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다. 2010년부터 삼성전자의 모든 LCD TV에 DTS 2.0 코덱이 적용되었고, 팬택은 최초로 DTS 코덱을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 DVD 타이틀에 빠지지 않고 새겨졌던 DTS 로고. 2000년 대 초반 홈시이터 열풍이 일면서 돌비 디지털과 함께 양대산맥을 형성했었다.

▲ 지난 2010년 이후 삼성의 모든 LCD TV는 DTS 2.0 코텍이 기본 적용된다. USB 메모리를 통해 영화 감상이 가능한 TV라면 이 옵션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생활 속 알게 모르게 접하는 DTS.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최고의 영화로 남아있는 쥬라기 공원은 최초로 DTS를 적용한 블록버스터로 영화다. 원근감과 함께 웅장한 사운드로 관객들에게 실제 쥐라기 공원에 있는 듯한 생생한 스릴을 선사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모르고 지나쳤을 뿐 이미 실생활 곳곳에서 DTS로 구현되는 사운드를 즐기고 있었던 셈이다.

헤드폰 하나로 11.1채널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이 나왔다. DTS 20년 노하우를 담았다는 'DTS 헤드폰:X'다.

▲ 헤드폰 하나로 11.1채널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고? 정답은 DTS 헤드폰:X다. DTS 헤드폰:X 체험아 가능한 DTS 코리아 데모 룸. 11.1채널 스피커와 DTS 헤드폰:X의 차이점을 체험할 수 있지만 차이점을 쉬이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 손 안의 11.1채널 홈시어터, DTS 헤드폰:X= DTS코리아의 DTS 헤드폰:X는 평범한 헤드폰으로 최대 11.1 채널 서라운드 음향을 실현한 것이다. 데모를 통해 필자가 경험한 11.1 채널 서라운드 세계를 풀어보면 DTS 서라운드 체크 디스크를 재생하고 12개의 스피커를 통해 앞과 뒤, 상하좌우 분리되는 소리의 방향이 분명히 인식된다.

곧바로 DTS 헤드폰:X 즉 젠하이저 헤드폰 'HD238'를 착용했다. 이는 일반 블루레이 디스크에 포함된 멀티채널 오디를 일반 스테레오 헤드폰으로 듣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테레오 다운 믹스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앞서 11.1 채널 스피커를 통해 들었던 것처럼 소리의 방향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환경을 체험할 수 있었다.

▲ 11.1채널 스피커로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보통 헤드폰으로 멀티채널 사운드를 감상하면 음은 머리 중심으로 들리는데 헤드폰:X는 실제 악기(헤드폰 드라이버)보다 바깥쪽 그것도 상당히 먼 위치에서 전해지는 듯하다. 예를 들어 리어 스피커 소리는 귀 뒤쪽에서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제대로 들려온다. 이에 따라 기존 가상 서라운드 헤드폰과 전혀 다른 현장감을 즐길 수 있다. 영화 '그래비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의문점이 생긴다. 평범한 헤드폰을 사용했는데도 전후좌우는 물론 상하 스피커와의 거리감이 재현하는 소리 분리에 데모에 사용한 헤드폰이 특별한가 싶었다. 데모에 쓰인 헤드폰 젠하이저 HD 238는 약 107그램의 가벼운 무게에 푹신한 이어 패드가 특징이다. 다이내믹형 드라이버는 좌우 하나씩 있다. 그냥 평범한 헤드폰이다.

▲ DTS 헤드폰:X 기술이 적용된 젠하이저 헤드폰. 그냥 평범한 제품이라 놀랐다.

무엇보다 헤드폰:X가 특별한 이유는 지금껏 멀티채널 사운드를 헤드폰으로 감상하려면 사전 인코딩 작업을 거쳐야 했는데 헤드폰:X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번 데모에서는 서라운드 사운드를 실시간으로 헤드폰:X를 통해 멀티채널의 제대로 된 소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마냥 신기했다.

◇ 퀄컴 스냅드래곤 800 시리즈 표준 지원=그럼 언제 일반 사용자들이 DTS 헤드폰:X를 활용할 수 있을까? DTS코리아는 현재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 즉 어떤 종류의 헤드폰에도 적용할 수 있는 헤드폰X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제반 사항은 갖춰졌다. 스마트폰 프로세서 선두 기업인 퀄컴은 스냅드래곤 800 시리즈에 DTS 헤드폰:X를 표준 기능으로 담아냈다. 물론 현재 판매 중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없지만 조만간 이 기능에 특화된 제품이 선보일 것이다.

또한 게임용 헤드셋으로 유명한 터틀 비치는 DTS 헤드폰:X 호환 제품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란다. 이 제품은 신호 처리를 하는 컨트롤러와 전용 헤드폰으로 구성되기에 기존 헤드폰을 활용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간편하게 서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홈시어터 붐에 이끌려 5.1채널 사운드 시스템을 갖췄지만 방음 시설이 없으니 늦은 시간 제대로 된 사운드로 게임이나 영화를 즐기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DTS 헤드폰:X 기술이 적용된 헤드폰이라면 간단하게 서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장소와 시간에 구해 없이 영화 혹은 FPS 게임에서 자신을 향해 달아드는 총알에 흠칫 놀라는 자신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이상우 기자  oowoo73@techho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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